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 2주일 이상이 지났지만 뉴욕 시민들은 아직도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시민들에게 평소와 같은 생활로 돌아가서 뉴욕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퀸스의 한 개인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새미아 워트(31)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가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공포에 질렸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건물 옆을 지나가는 지하철 전동차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별로 신앙이 깊지도 않으면서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언제나 창문을 열어두던 사람들도 이제는 창문을 단단히 닫는다. 별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 남자는 퇴근 후 집에 가자마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항상 아내와 함께 술을 한 잔씩 마신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테러의 목표가 될만한 장소를 일부러 피해 다니기도 한다. 사건 당시 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 남자는 현재 심리학자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가는 것은 고사하고 눈길조차 돌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시 기피의 대상이다. 예술 잡지의 편집국장인 제시카 디리(30)는 지난 1주일 동안 자신의 아파트에서 사무실까지 무려 60블록을 걸어서 출근했다.
음식과 포도주 컨설턴트인 모니카 카하(47)는 사건이 나던 날 무역센터 바로 옆에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밤에도 꼭 1시간마다 잠에서 깨곤 한다. 무력감에 지친 나머지 자기가 직접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거기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아예 뉴욕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겨우 몇 달 전에 뉴욕에 새 직장을 구해 밴쿠버에서 이사왔던 세자르 베레타(27)는 직장을 그만두고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아주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분명히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1/09/24/nyregion/24FEA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