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M 영화사는 갱들과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하는 새 영화 ‘갱스터’의 개봉을 망설이고 있다. 한때 이 영화는 환상적인 관중동원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11일의 참사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갱스터’뿐만 아니라 수십편의 다른 영화들, TV 드라마, 연극, 소설, 음악, 컴퓨터 게임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자체검열은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99년의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와 마찬가지로 이런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문화계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장기적인 문제를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번 테러 공격의 충격이 사라지고 난 후 대중이 과연 어떤 작품을 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1, 2년 후의 대중 취향은 고사하고 지금 대중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폭력을 참아줄 것인지도 모르고 있다고 실토한다.
우선 문화예술 작품과 관련해서 단기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로는 이런 것이 있다.
대중이 TV를 통해 끔찍한 재앙을 생생하게 목격한 지금 허구로 꾸며낸 폭력이나 무법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람이 할 일인가? 그런 작품들이 상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이 슬픔과 두려움에 질려 있는 지금 유머와 현실도피, 패션과 쾌락을 위한 자리가 존재하는가?
독립영화 제작자인 데이비드 래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문화계는 모든 분야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극작가들과 소설가들은 작품의 주제를 다시 검토하고, 이번 참사와 경제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패션 업계와 산업 디자이너들은 풍자와 사치스러움, 그리고 안정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또한 문화가 너무 말랑말랑해지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음반업계는 록과 랩 음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중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아리스타 레코드의 안토니오 레이드 사장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 음악계는 매우 정체되어 있었다”면서 “어쩌면 작곡가들이 화들짝 놀라 이 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노래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