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정 관계 인사 로비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대검 중수부와 특별감찰본부의 수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가 구속수사중인 이씨와 여운환(呂運桓)씨가 각종 의혹사항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특감본부의 수사도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 등 지난해 서울지검 지휘부 3명의 엇갈린 진술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1∼3과 수사진 전원이 매달려 있지만 정 관계 로비의혹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들의 돈이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를 밝히는 것과 이들의 ‘입’을 여는 것. 그러나 의심스러운 돈이 있어 흐름을 쫓다 보면 중간에서 현금으로 바뀌어 인출돼 추적이 중단되기 일쑤라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주로 한쪽 계좌에서 수천만∼수십억원의 현금을 빼내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쪽 계좌로 옮겨 썼다”며 “전문 회계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최종 사용처를 밝혀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이씨 및 여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25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입을 더 굳게 닫았다”며 “당장 이씨의 공소유지를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주요 관련자 여러 명이 최근 잇따라 해외로 출국해 주변 사람의 진술을 무기 삼아 이씨를 압박해 들어갈 여지도 많지 않다.
▽특별감찰본부〓수사팀 관계자는 27일 “이번 수사는 99년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과정의 재판(再版)”이라고 말했다.
계좌추적을 통한 돈거래 사실이나 관련 공문서 등 명백한 물증이 나타나지 않는 한 관련자들의 ‘말’에 의존해 수사할 수밖에 없는데 비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기억도 정확하지 않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사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이씨를 석방할 때 서울지검 지휘부였던 임휘윤 부산고검장과 임양운(林梁云) 광주고검 차장,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엇갈린 진술을 계속하고 있다.
진술이 엇갈리는 주요 쟁점은 △지난해 4월 임 고검장이 부하들에게서 내사계획 보고를 받았는지 △지난해 5월 김태정(金泰政) 변호사의 ‘전화변론’을 받은 임 고검장의 지시를 누가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지 △지난해 7월 이 지청장이 이씨 사건을 종결할 때 임 차장 등 상부와 상의했는지 여부 등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누군가가 결정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없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옷로비 의혹사건처럼 여러 개의 쟁점별로 관련된 모든 인물을 여러 차례 소환해 재차 삼차 진술을 반복시킨 다음 최종적으로 관련자별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가려 ‘수사상 진실’을 설정하고 잘잘못을 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부환(韓富煥) 본부장은 이미 다음달 중순까지 ‘지구전’을 선포한 상태. 그는 “수사팀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부분적인 사실관계를 근거로 결론을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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