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불교에서 중시되는 책으로는 선사(禪師)들의 깨달음의 역사를 기록한 선종 사서(史書)가 있다. 중국 선종 사서의 주요 저작인 ‘선림승보전(禪林僧寶傳)’이 최근 경남 합천 해인사의 월간 해인지 편집장인 원철(圓徹)스님에 의해 처음으로 번역돼 장경각에서 두권으로 완간됐다.
선림승보전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조당집(祖堂集) 등과 더불어 불교 선종사의 정수로 꼽히는 책. 당(唐)과 송(宋)을 거치면서 활약한 수많은 선승 가운데 임제종(臨濟宗)의 황룡파(黃龍派)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기록인데 경덕전등록이나 조당집과는 달리 그동안 번역이 되지 않아 널리 읽히지 못했다.
감수를 맡은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無比)스님은 서문에서 “어느 선사께서 ‘세상사 한결같이 평등하다는 것은 학의 다리를 잘라서 오리의 다리를 잇고 산을 깍아서 골짜기를 메우는 그러한 평등이 아니다. 짧은 것은 짧은 그대로 법신(法身)이요, 긴 것은 긴 그대로 또 법신이다. 눈 앞에 펼쳐진 세간의 모습 그대로 상주불멸(常主不滅)의 영원한 진리’라고 말하는 대목은 참으로 가슴이 텅 비어 버린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고 적었다.
대구 은해사에 있는 조계종 승가대학원에서 무비스님을 모시고 번역 작업을 해온 원철스님은 “선림승보전은 깨달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가운데 그 지엽들을 모두 버리고 정실(精實)만을 모아놓은 주옥같은 책으로서 경덕전등록 조당집 등을 계승한 보다 정확하고 정선된 선종 사서”라고 말했다. 02-2269-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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