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증시에 큰 압박을 가해오던 ‘전쟁’이라는 단어가 서서히 주변 변수로 밀려나고 있다. 미국이 보복공격의 작전명을 ‘무한정의(Infinite Justice)’에서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로 바꾸며 당초 공격 수위를 크게 낮춘 것이 ‘전쟁의 공포’를 씻어내는 본격적 계기가 됐다.
▽가라앉는 전쟁 변수〓그 동안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완승하면’ 식의 ‘∼하면’ 시리즈로 분석을 내놓던 증권사들이 27일부터 분석에서 전쟁을 빼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슬람세계의 전면전 확산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 급등 등 악재가 터져나올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테러 발발 이후 2주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 악재’를 증시가 충분히 반영해 막상 전쟁 자체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 전쟁이 나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는 물론, 전쟁이 나면 불확실성 해소로 오히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마저도 이미 주가에 순차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떠오르는 실물 변수〓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실물 경제가 주목 대상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9월말과 10월초 줄줄이 발표될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
미국 2·4분기 GDP 확정치나 전미 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 등 주요 지표들의 악화가 예상돼 미국과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25일 발표된 마이크론테크놀러지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또다시 주요 기업들의 실적과 다음 분기 예상이 일제히 발표된다. 그러나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손실 폭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더 컸던 것처럼 다른 기업들에게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태.
또 9월 큰 폭으로 하락한 소비자신뢰지수도 10월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9월 지수는 조사기간의 특성상(1∼21일) 테러 이후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가 100% 반영된 것이 아니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처럼 당분간 실제 경기를 반영하는 지표의 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미국이나 국내 증시 모두 이런 경기 지표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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