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아슬아슬하게 빗나갔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TV 속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는 순간 초롱(강초현)이는 고개를 떨구었고 다 잡은 시드니올림픽 첫 금메달의 색깔은 은색으로 변했다. “아, 초롱이가 조금만 ‘정조준’을 잘 했더라면….”
우리 나라는 술뿐만 아니라 영어를 권하는 사회다. 영어를 잘하면 여러 가지가 편하다. 학교에서 손이 높이 올라가고 회사에서도 대접 받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편법·탈법을 무릅쓰고 조기유학을 보내려는 부모가 많다. 그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전인교육이나 창의적 교육(절대로 이뤄지지 않지만)을 입에 올린다. 그렇지만 ‘영어 하나만이라도’하는 속마음까지 숨길 수는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영어 잘 하는 법을 연구하는데 드는 노력 또한 눈물겹다. 다른 분야에서 그만큼 노력했으면 노벨상도 수상했을 법하다. 하기야 축구 국가대표도 영어 못하면 주전에서 뺀다는 분위기니….
10년 만에 찾은 짧은 방문이었지만 대형서점을 둘러보니 수많은 영어공부 관련 책이 나와 있었다. ‘120개 단어로 영어 끝내기’ ‘100일에 끝나는 영어회화’ ‘그냥 듣기만 하면 저절로 되는 영어’ ‘3년간 죽 참고 견디면 되는 영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영어’ ‘356개 단어로 미국인 코 납작하게 하기’ 등등. 정말 다양하다. 한쪽에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도 영어 공부한다 왜’라며 맞받는다. 강박감 때문일까. 책 제목은 과격하고 경직되었다. 그럼에도 책은 잘 팔리는 것 같다. 우리 나라 사람은 정말 영어 공부에 남다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도착한 우리 나라 학생이나 회사원들은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헤맨다. 왜 그럴까. 120개 단어로 100일 만에 끝낸 회화 때문일까. 도대체 실전에 도움이 안 된다. 국내용으로 개발해 미국에서 안 통하는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지만, 아무튼 안타까운 일이다. 공부를 했으면 한 만큼 효과가 나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소음 속에 또 다른 목소리를 내려 한다. 소음공해에 공범이 되지 않을지 은근히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남들처럼 요란을 떨 자신도, 생각도 없다. 다만 15년 간의 임상 결과를 26회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 읽고 난 후, 공부한 후 평가하길 바란다. 심호흡하고 정신을 집중하자. 잘 되는 날은 과녁이 항아리처럼 커 보일 수 있다. 황소 눈이 항아리처럼 커보이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문제는 정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