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김응룡 감독(60)은 독서광이다.
원정경기를 위해 이동할 때나 경기를 앞두고 짬이 날 때는 책을 즐겨 본다. 잠시나마 야구 생각을 잊는 데 그만이라는 것. 팀의 연고지인 대구구장 근처에는 단골 책방도 있다.
며칠 전에도 김 감독은 그 서점에 들러 책 하나를 골랐다.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은 ‘어머니’라는 소설이었다. 수많은 책 가운데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는 게 김 감독의 얘기. 환갑 나이에도 ‘어머니’라는 단어에 뭔가 애절하게 느끼는 게 있었을까.
“어머니 생각에 내용도 보지 않고 그냥 집었습니다.”
평안남도 평원군 숙천이 고향인 김 감독은 9세 때 아버지 누나와 함께 월남한 실향민. 북한에 남아 있는 어머니 소식을 최근까지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볼 때면 남몰래 눈시울을 붉혔던 김 감독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어릴 적 헤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절실해졌던 것. 김 감독은 한가위 때 서울에 있으면 늘 임진각을 찾아 북녘 땅을 바라보며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
“한국시리즈에 대비하느라 올해는 자식 노릇도 제대로 못할 것 같습니다.” ‘우승 제조기’라는 별명과 함께 프로야구 최고의 승부사로 통하는 김 감독의 애끓는 사모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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