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릅니다' - 이용호씨 증인출석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호(李容湖) 지앤지(G&G)그룹 회장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꿔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이씨는 의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전혀’ ‘결코’라며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다 새로운 사실이 제시되면 “이제야 생각난다”는 식으로 발언을 번복했다. 여당 의원들까지 “증언에 진실성이 전혀 없고 황당한 말만 한다”(이해찬·李海瓚 의원), “교활하다”(박주선·朴柱宣 의원)라며 탄식할 정도였다.
이씨는 이날 오전 내내 “정치인은 한명도 모른다” “정치인에게는 단돈 10원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오후 회의에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이 “두달 전 회사를 찾아온 모의원 보좌관에게 1000만원을 준 일이 있느냐”고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며 따지자 “돈 준 정치인이 한두명 있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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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씨는 “돈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지금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잠시 후 “모 대학 특수대학원을 함께 다닌 민주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이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준 것”이라고 이름을 밝혔다. 엄 의원이 “그럼 정치인에게 한푼도 안 줬다는 말은 위증 아니냐”고 하자 이씨는 “내가 준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주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변명했다.
이에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이 “왜 말이 자꾸 달라지느냐. 한두명이라는데 나머지 한명은 누구냐”고 추궁하자 이씨는 “조홍규(趙洪奎) 전 의원에게도 후원금을 낸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씨는 “고교(광주상고) 동창회에는 발을 끊고 지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고교 동창인 허남석(許南錫) 총경과의 친분관계가 드러나자 “동문회에서 몇 번 만났다”고 했다. 김형윤 전 국가정보원경제단장과도 총동문회에서 만난 사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앞뒤가 다르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동문회에는 갔어도 동창회에는 간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이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예금보험공사 전무와는 “한번 만났다”고 했다가, 이부영(李富榮) 의원이 “이 전무는 두 번이라고 했다”고 하자 “두 번이지만 공식적으로는 한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5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이 전무가 보물선 사업을 소개해줬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고 부인했으나 나중에 이 전무가 재경위 국감에서 “내가 소개했다”고 대답해 거짓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씨는 회의 초반 “이번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따로 있다. 국감 끝날 때쯤 누구인지 밝히겠다”고 말해 잠시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이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나를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부덕한 금융거래를 하는 기업인으로 만든 금감원이 이번 사건의 책임자”라고 엉뚱한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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