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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文이니셜 실명공개 공방]

입력 | 2001-09-29 17:32:00


‘H, J’(여운환·呂運桓 면회설〓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전 의원) ‘K, H, L’(이용호와의 친분설〓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 ‘K, K, J’(여운환의 배후설〓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의원)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일 이씨 및 여운환씨와의 연루설을 주장하며 제시한 여권 실세들의 영문 이니셜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기간 내내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이처럼 ‘치고 빠지기식’ 공세를 계속했다.

여야는 한나라당이 주장한 실세들의 실명 공개 여부를 놓고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28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영문 이니셜의 실명을 공개하라”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가 증거를 다 갖다주면 수사검사는 뭐하러 있느냐”며 “합리적 근거를 대면 수사를 해야지”라고 버텼다.

민주당은 “자신이 없으니 영문 이니셜을 흘리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 비겁하게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토대로 마치 이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엄청나게 연루된 것처럼 연일 보도했던 언론도 냉정을 되찾아 사려 깊게 생각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차제에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면책특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은 영문 이니셜 사용을 ‘동료 의원에 대한 예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당사자가 현역 의원인 경우 동료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이니셜을 사용한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로 밝힐 것을 촉구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총무는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면책특권 남용론에 대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은 모두 책임 있는 얘기”라며 “여당측이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축소하기 위해 야당 주장을 정치공세로 매도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