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그 시간에 두꺼운 방수복을 입고 무거운 공기호흡기를 메고 화재현장으로 달려가시던 두 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엠파이어웨딩홀 화재 사고로 순직한 구용모(具龍模·49) 소방장과 이동원(李東垣·31) 소방사의 합동영결식이 3일 오전 인천 남부소방서 뒷마당에서 유족과 동료들의 오열 속에 남부소방서장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유족은 소방악대의 조곡(弔哭) 연주가 시작되자 숨진 가족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붉은색 구조복과 감색 정복 차림으로 식장 뒤쪽에 도열해 있던 동료 소방관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겼던 고인들의 ‘소방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인천 남부소방서 권영안 소방과장(56)의 추도사가 이어지자 영결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고 구용모소방장의 부인 유순금씨(43)는 허공으로 손을 내저으며 “나도 따라가겠다”고 소리치다 혼절했다. 영결식에는 유족들과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시민, 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순직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았다.
고 이동원 소방사의 어머니 권영분씨(62)는 “미국 오클라호마 시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아들이 ‘소방관이 되겠다’고 말할 때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라며 흐느꼈다.
인천 구월소방파출소 차주열 소방교(37)는 “외국 소방관련 서적을 번역해 동료 소방관들에게 나눠주던 이 소방사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순직 소방관들에게 1계급 승진이 추서됐다. 유족들이 나눠 탄 2대의 운구 차량은 도열한 소방관들의 경례를 받으며 소방서를 빠져나가 부평화장장으로 향했다. 순직 소방관들의 유해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된다.
1일 오후 7시38분 엠파이어웨딩홀 화재로 구 소방장 등 2명의 소방관과 웨딩홀 사장 권희국씨(60) 등 3명이 숨졌으며 이달형 소방교(39)는 중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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