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임웅균 씨(46·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와 가요작곡가 정풍송 씨(60)가 클래식과 가요를 접목시킨 음반 ‘임웅균의 클래식 가요’를 발표했다. 이 음반에서 임 교수는 가요 ‘허공’ ‘나그네’ 등 12곡을 불렀고, 정씨는 작곡 작사와 편곡, 지휘를 맡았다. 임씨는 “대중들이 전부터 이런 노래를 원했는데 음악인들의 편견 때문에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조용필의 ‘허공’, 한상일의 ‘웨딩 드레스’, 홍민의 ‘석별’ 등 많은 히트곡을 낸 작곡가이자 작사가. 이들의 대담을 통해 클래식 가요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임웅균〓만약에 내가 나이 50이 넘어 소리가 간 다음에 이런 작업을 했다면 ‘야합’이라고 비난받았을 것이다. 전성기의 소리를 갖고 있는 지금, 새로운 장르를 일궈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래했다.
▽정풍송〓전부터 품격과 대중성을 겸비한 노래를 내놓고 싶었는데 임 교수의 제의로 결실을 보게 됐다.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도 곧잘 팝을 부르는데, 우리 성악가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임〓노래는 곡이나 가사보다 노래하는 사람(가수)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대중가수들도 체계적인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정말 노래다운 노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클래식계에도 함량 미달은 있다. 그러나 소리를 위해 정진하는 성악가들의 자세를 대중 가수들은 배워야 한다.
▽정〓‘클래식 가요’ 음반은 클래식과 가요계 모두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클래식도 대중과 유리된 채 존재할 수는 없다.
▽임〓수록곡 중 ‘나그네’ ‘표정’ ‘끝없는 사랑’은 클래식 가요의 전형이다. ‘나그네’는 처음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들어 실제 노래에서는 강한 긍정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도록 불렀다.
▽정〓‘나그네’는 40년 전에 작곡한 노래다. 그동안 여러 가수들과 작업하면서 이 노래의 임자를 만나지 못했는데 임 교수가 그 주인이 됐다.
▽임〓수록곡 ‘월드컵’ 녹음 때에는 정 선생이 요구하는 가요식 발성이 어색해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선생의 요구가 낯간지러웠다. 아내와 상의했더니 “어떻게 응원가를 벨칸토 창법으로 부르냐”고 핀잔을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생각을 고쳤다.
▽정〓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가요의 아기자기한 재미와 클래식의 품위를 조화시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클래식 가요’라고 반주만을 클래식으로 꾸미면 의미가 없다.
▽임〓가요는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가요는 물론이고 우리 가곡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음악대학 조차 몇 군데 없다. 우리 말 가곡에 대해서도 인색한데 가요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성악은 언어의 예술로 ‘우리 것’부터 노래해야 한다.
▽정〓이번 작업은 임 교수처럼 성악계에서 입지가 탄탄한 이가 하지 않았다면 온갖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임〓이번 노래가 어느 정도 알려지면 내년 초 전국 순회 공연을 갖겠다. 이번 수록곡만으로 한 차례 공연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이번 음반은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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