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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장정 "이젠 눈물은 없다"

입력 | 2001-10-04 18:01:00


2000년 9월 24일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웨지워터골 프장에서 막을 내린 세이프웨이 챔피언십 연장 두 번째 홀.장정은 볼과 핀의 거리가 상대 선수인 김미현보다 짧은 상황에서 ‘언니의 챔피언 퍼팅을 위해 ’먼저 퍼팅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김미현은 가볍 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허락했다.장정의 오르막 퍼팅은 구멍 안으로 떨어졌다.보기 퍼팅을 성공한 것이다. 뒤이어 김미현이 우승을 결정짓는 파 퍼팅을 성공 시켰다.그린 바깥에서 김미현의 퍼팅를 지켜보던 장정은 웃는 얼굴로 김미현을 안으며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언니 축하해 ” 장정이 축하의 말을 건넬 때 김 미현은 시즌 첫 승을 확인하는 스코어 카드를 들여다보며 “고마워 ”란 한마디를 건넸을 뿐 바로 장정을 지나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장정은 경기위원과 동승한 카트가 클럽 하우스를 향해 출발 하자 비로소 눈물을 흘리기 시작 했다.경기위원은 장정에게 마음 껏 울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김미현에겐 “미소만 보여주었지 결코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우는 장정을 김미현이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는 기사의 출처를 묻는 장정을 만났다.

이제 눈물은 없다

“눈물을 흘리며 생각한 것이 ‘다시 는 울지 않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웃기죠?”비틀 (Bettle)골프클럽 계약 조인식이 열린 조선호텔에서 만난 장정은 귀국한 이래 그의 표현대로 ‘먹고 놀아 ’2Kg 가량 체중이 늘어서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전날 그린이 빨라 보기를 한 홀이라 티 샷을 하기 전 부터 ‘그린이 빠른 홀이니 퍼팅은 거리 계산보다 약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다짐했는데 그린을 향해 걸으면 서 그 사실을 까 먹었어요. 그래서 버디 퍼팅이 많이 지 나친 거예요. 저, 바보 같지요?” 장정은 김미현과 벌인 연장 상황을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었고,당시 느꼈던 미현에 대한 서운함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러나 그런 감정 이 자신의 일방적인 감정이지 미현이 장정의 마음을 몰라준 것은 아니었다고 결론내렸다.

세이프웨이 챔피언십 다음 경기이자 US LPGA투어 마지막 경기인 뉴올버니골프클래식(총 상금 1백만달러,오하이오주 뉴 올버니골프장)은 상금이 많아 14번째 대기 선수인 자신에게 출전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 는 지레 짐작으로 LA행 비행기를 타고자 공항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이 울린 것이다.미현의 전화였다. 대회 엔트리 중 포기 선수가 많아서 장정의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미현이 챙겨 연락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장정은 대회에 참가하기엔 대회 장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장정은 미현이 언제나 다정한 언니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현의 선전을 기원했다.그리곤 1년 동안 밴을 몰고 넓은 미 대륙을 밤새 횡단했던 아빠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 봤다.아무 말 없이 이국 땅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준56세의 아빠, 세 딸 중 돈먹는 기계라고 놀리며 이자는 말고 원금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엄마의 목소리. 장 정은 다짐했다.‘다시는 울지 않겠다.엄마,아빠의 얼 굴에 그늘을 없애겠다.’고.

이를 위해 2백30야드가 약간 넘는 비거리를 10야드 이상 늘 리기 위해 올 겨울 동안 체력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 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원

아버지 장석중 씨는 지난 1 년 동안 한마디로 “50 평생 이런 고생 처음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검정빛으로 그을린 얼굴과 반백이 된 머리카락이 이를 뒷받침한다.“미현이네 가족과 밴 을 타고 같이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밴으로 움직이면 육체적으로 피곤하지만 여러 가지 면 에서 좋았다.”고 했다.선수 입장에서도 지루하게 기다 리는 비행기 대기 시간, 언어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골프백 찾는 것보다 편하다고. 밴으로 이동하는 사이사이 재미있는 일과 색다른 문화와 경치를 구경하다보면 10시간이 넘는 운전으로 안 좋아진 무릎과 허리도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장정이 타고 움직이는 밴은 움직이는 작은 집이다. TV와 비디오는 물론 냉장고와 접이형 침대가 내장돼 있다.장정은 대회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에 밴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TV 영화를 보고 캐디가 준비한 영어회화 테이프를 들으며 부족한 영어를 깨치고 있다. 자 신의 스윙을 모니터하며 결점을 찾아내고 보완책을 구상하는 것도 밴에서 이뤄진다.

장정은 올해 18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중 열 차례 이 상을 미현과 연습 라운드를 해 박세리,펄 신,박희정 등 US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프로들 중 가장 친하고 도움을 받는 언니로 미현을 손꼽는다. “사실 언니들 얼굴도 못 보는 경우가 많아요. 매주 대 회가 있어 티오프 시간이 틀리면 각자의 일정에 쫓기 거든요. 그런데 미현 언니는 자주 얼굴을 보게 되더라구요. 밴으로 이동한다는 공통점이 서로 마주치는 기 회를 늘리기도 했지만 대회장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연습 라운드 동반자로 서로의 이름을 써 놓거든요. 물론 미현 언니가 내 이름을 써주는 경우가 많아요. 언니는 풀 시드고 저는 대기 선수이다 보니 언니가 나보다 먼저 경기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언니의 배 려로 연습 라운드를 안정되게 하다보니 성적도 좋아졌습니다. 저,잘했지요?”

사실 장정의 부모는 3년 정도는 막내딸이 돈만 잡아 먹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예산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가 세이프웨이 챔피언십에서 2위를 하는 등 톱 10에다섯 차례나 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다음해 풀 시드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스폰서 계약이 빨리 돼 큰 짐을 덜었다며 환한 표정이다. 장정의 캐디는 김미현에게 퍼팅 라인을 잘못 읽었다 는 이유로 해고되었던 라이오넬 매티첵이다. 그는 지 난 7월 중순부터 장정의 전속 캐디로 일하고 있다.그 전엔 로컬 캐디를 썼고 아버지 장석중 씨도 다섯 차례 나 직접 딸의 백을 들었다. “18번 홀에서 미현 언니의 버디 퍼팅이 길었어요. 8m 정도였는데 캐디 아저씨에게 물어봤죠.‘미현 언니가 넣을 것 같냐?’고,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러더니 그게 들어가더라구요. 그래서 연장에 들어간 겁니다.웃기죠?”

2001 시즌은 생존보다 우승이다

장정의 대화법은 독특하다. 말끝에 반드시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질문을 단다. 그러나 생글생글 웃으며 어리광 부리듯 인터뷰에 응하는 장정은 이제 어린 소녀가 아니다. 미국 무 대에 진출하기 전인 1996년 유성에서 만난 장정은 “아빠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라며 투정을 부리던 소녀였 다. 그러나 장정은 미국 투어 진출 첫 해에 우승을 다투는 선수로 성장했다.‘풀 시드만 받으면 모든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고 싶다.’는 장정의 생각은 미현과 벌인 연장 승부 후 달라졌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되 상금이 많은 대회 위주로 스케줄을 잡겠다는 것이다. 또 하 나,US여자오픈 일정이 시즌 초반으로 조정됐기 때문에 시즌 초반 상금 랭킹을 높이거나 우승을 해 반드시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장정에게 투어는 더 이상 생존의 게임이 아닌 우승하느냐 못하느냐는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 투어 진출 첫해에 톱 10에 다섯 차례나 진입하며 풀 시드를 확보한 장정의 목표는 우승이다. 이를 위해 2백30야드가 약간 넘는 비거리를 10야드 이상 늘리기 위해 올 겨울 동안 체력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지누스와 계약하고 또다시 비틀 골프클럽 제조사인 미국 뉴존사와 용품 계약을 한 1백51cm의 울트라 땅콩 장정은 골프계의 또 다른 주목 대상이 됐다. 2001년 가을 어느 날 장정은 이런 말을 할지 모른 다.“제가 우승을 했어요. 저 잘 했지요?”라고.

(자료제공 : http://www.thegol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