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지역에는 조상들이 남긴 고구려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 있지만 보존과 관리가 너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토 밖에 산재하고 있어서 우리 권한 밖의 일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필자는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국내 관광객의 관람 자세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만주 지역의 고구려 유적 중 대표적인 것은 광개토대왕릉비, 장군총, 태왕릉, 국내성, 5호 분묘 등이다. 지안(集安)시에 자리잡은 장군총은 고구려 석총의 대표적 유적으로 한국판 피라미드이다. 사다리꼴 7층 석총의 높이는 12.4m이며, 제5층 계단 내부에 석실(무덤칸)이 있다. 문제는 누구나 석층에 올라갈 수 있고 내부 석실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존을 위해서는 장군총에 올라가거나 내부에 들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는 태왕릉은 넓이가 4356㎡로 장군총의 3배가 넘고 높이도 더 높다. 하지만 너무 많이 파괴돼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무덤 북쪽은 완전히 허물어졌고 다른 3면도 기단이 거의 파괴돼 큰 돌덩어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무덤 꼭대기에는 너비 약 2.8m, 높이 1.5m인 널방이 있다. 그런데 장군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무덤 꼭대기는 물론 널방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어 더 훼손될 우려가 크다.
지안시의 5호 분묘도 묘실의 네 벽에 화려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귀중한 문화재이지만 내부 관람이 허용돼 있어 역시 훼손이 우려된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은 중국 당국이 성급문물보호단위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성문과 대부분의 성벽이 없어졌으며, 일부 남아 있는 성벽마저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다.
고구려가 남긴 귀중한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장군총이나 태왕릉, 5호 분묘를 밖에서만 관람하고, 능 위에 올라가거나 석실이나 널방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아무런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문화재를 스스로 자제해서 관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조상이 남긴 문화유적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는 감내해야 할 일이다.
남경희(서울교대 교수·사회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