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연(앞)이 영암장사씨름대회 지역장사 8강전 셋째판에서 염원준을 안다리걸기로 넘어뜨리고 있다.
파란과 이변의 연속. 모래판의 제왕을 가리는 영암장사 씨름대회 지역장사 결정전에서는 뜻밖의 승부가 속출해 씨름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변의 마지막 주인공은 2년5개월만에 꽃가마를 탄 ‘야생마’ 윤경호(신창건설).
윤경호는 4일 영암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영암장사 결정전에서 화려한 기술을 앞세워 팀동료인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을 3-2로 누르고 99년 5월 삼척대회 백두장사에 오른 이후 29개월만에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백두급에서 보기 드물게 기술 씨름을 앞세우는 윤경호와 황규연의 결승전에서는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 나왔다.
첫째 판을 잡치기로 황규연에게 내준 윤경호는 둘째 판에서 오금당기기로 응수, 1-1을 만들었다. 셋째 판. 뿌려치기를 시도하는 황규연의 힘을 이용한 윤경호의 밀어치기가 먹혀들었다. 이어진 황규연의 반격. 잡치기로 넷째 판을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황규연을 상대로 윤경호는 마지막판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잡치기 기술을 걸어 승리의 환호를 올렸다.
재기에 성공한 윤경호는 ‘씨름판의 오뚝이’. 96년 현대에 입단한 윤경호는 입단 첫해 왼쪽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의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꾸준한 재활 훈련으로 99년 첫 우승을 따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 초 현대와의 재계약 실패는 두 번째 맞은 위기. 4월부터 신창으로 둥지를 옮긴 윤경호는 체력의 열세를 기술로 극복하며 끝내 우승을 일궈냈다. 윤경호는 결승에서 보여준 오금당기기 외에도 신봉민(현대)과의 준결승에서는 기습적인 목감아돌리기로 승리를 따내는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노련미를 과시했다.
한편 지난해 입단해 지난 대회까지 단 1승만을 올렸을 뿐이었던 이헌희(신창)는 이번 대회에서 단숨에 4강에 뛰어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날 8강에 진출한 선수 중 5명이 신창 씨름단 소속. 올해부터 신창의 지휘봉을 잡은 안상철 감독대행은 백두급의 황규연 윤경호, 한라급의 조범재 등 ‘늦깎이 스타’를 대거 배출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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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장사순위〓①윤경호(신창) ②황규연(신창) ③신봉민(현대) ④이헌희(신창) ⑤염원준(LG) ⑥김경수(LG) ⑦이규연(LG) ⑧김봉구(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