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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말한다]명창 안숙선의 '논개', "기념비적 작품"

입력 | 2001-10-04 18:36:00


‘논개’하면 흔히들 왜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뛰어든 기생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난 오래 전부터 ‘논개’라는 당찬 여성에게서 남다른 매력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여성이길래 그 어린 나이에 왜장을 끌어안고 죽음을 무릅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떤 여성이길래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적이던 조선시대에 마흔 살 연상의 남정네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논개’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런 나의 호기심과 애정이 이번에 창극‘논개’를 무대에 올리는 배경이 됐고, 작가 홍원기 씨에 의해 현실화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가 팔자 세면 안 된다는 세상에 ‘팔자 센 여자가 아름답다’는 주제를 창극‘논개’를 통해 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 작품에서 난 그저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일 수만은 없다. 내가 국립창극단 단장을 맡고 있을 당시, 판소리 5대가를 완판 창극으로 무대화하던 중 뭔가 새로운 내용을 창극이라는 공연양식에 담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고향 남원에서 듣고 자란 논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기에, 이번 작업은 40년 넘는 내 소리 인생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는 셈이다.

특히 치밀하기로 유명한 연극연출가 한태숙 씨와의 작업은 쉰이 넘은 나에게 긴장과 새로운 도전의식을 갖게 했다. 난생 처음으로 공연에 삽입되는 35mm 영상을 위해 영화촬영도 하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논개의 남강 투신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액션연기도 연습했다. 처음에는 30년도 넘는 논개와의 나이 차가 부담스러웠지만, 순수와 정열을 갖고 작품에 임하다 보니 어느새 그와 내가 닮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과 논개로 만나고 싶은 자신감을 얻는다.

◆공연안내

#10월7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5만원

#02-2274-3507~8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