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업종인 전자 전기업계가 외국의 선진기술을 들여오는 대가로 지불하는 로열티가 해마다 크게 늘어 ‘기술 무역역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전자산업진흥회가 펴낸 ‘2001년 한국의 전자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 전기분야의 기술 수출액은 1억4500만달러인 반면 기술 도입액(기술 대가 지급액)은 18억3800만달러로 기술 도입액이 기술 수출액의 12.67배에 달했다.
기술 수출과 기술 도입 건수가 각각 11건과 36건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 1건을 수출할 때마다 평균 1310만달러를 벌면서 기술을 도입할 때는 4배 가까운 건당 5140만달러를 지급하는 셈.
가장 덩치가 큰 기술료 지불건은 미국 퀄컴사에 주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로열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업체가 올해 낼 CDMA 로열티는 지난해 2억3000여만달러보다 60% 이상 늘어난 3억6862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 로열티 규모가 내년에는 4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전자 전기분야의 기술 무역수지는 지난해 16억9300만달러 적자로 △96년 10억3000만달러 △97년 11억9000만달러 △99년 13억7000만달러 등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 이는 지난해 전체산업 적자(28억500만달러)의 60.3%에 달하는 것이다.
전자산업연구소 윤동훈 소장은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비싼 로열티를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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