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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후보 조기가시화론 대선구도 파장?

입력 | 2001-10-07 18:59:00


요즘 민주당은 겉으로는 잠잠한 듯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심상치 않은 민심 때문에 소리내는 것을 자제하고 있을 뿐 내부적으로는 세력 별로 내년 경선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번 정기국회만 끝나면 바로 경선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레임덕 방지를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고 있는 여권 핵심부조차 종전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측면에선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한 방치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경선 분위기 고조나 여권 핵심부의 방치는 모두 근저에 여권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달리 말하면 어떻게 해서든 현재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상 타파’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갈증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된 여권 후보 ‘조기가시화론’이나 ‘문호개방론’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이같은 논의가 민주당 대선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을 한층 더 빨라지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여권 내부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를 중심으로 여야의 중간지대에 있는 인사들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권도전 선언 줄이을 듯〓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4월 서울 후원회를 통해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한화갑(韓和甲)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의 경선 출마 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사실상의 계보 성격인 한미정책협의회 준비모임을 가졌던 한 최고위원은 이달말 경 한미정책협의회를 공식 결성한 뒤 11월 대규모 후원회를 열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노 고문은 11월 광주와 대구에서 후원회를 개최한데 이어 12월 서울에서 후원회를 열고 경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권 김근태 최고위원도 11월 중 경선 출마 선언을 적극 검토 중이다.

▽계보 모임 본격화〓지난달 여권내에서는 주목할 만한 3가지 모임이 있었다. 1일에는 경선 중립을 선언한 ‘중도개혁포럼’이 발족했고, 7일에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계보모임이, 28일에는 한미정책협의회 준비모임이 있었다.

중도개혁포럼에는 58명, 이 최고위원 계보 모임에는 27명, 한미정책협의회 준비모임에는 20명의 의원이 가입 원서를 내거나 참석했다. 종전 ‘맨투맨’식의 의원 개별 접촉에서 벗어나 ‘계보별 모임’을 가진 것은 그만큼 대선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대담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초 ‘정기국회 이후’로 예견됐던 계보 모임이 이처럼 조기 가시화된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예정돼 있는 후보선출 전당대회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최고위원은 얼마 전 측근들에게 “내년 2∼3월에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초재선 개혁파의원들의 세력화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바른정치모임’ ‘새벽21’ 소속 의원들 간에 내년 경선에서 소장파의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선 정치적 결사체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YS JP 김윤환의 포석은▼

5일 JP와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간에 만남이 이뤄진 데 이어 금주중에는 YS와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 간에 회동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JP는 이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시간은 걸릴 것이나 정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YS는 특히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에 대해 강한 애정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금주중에 열릴 재경 경남도 총향우회에 참석해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대권도전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재공천을 받기 위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윤환 대표도 최근 김 지사와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후보론’을 주창해 온 김 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쪽과도 접촉을 계속해왔다. 7월 김 대표를 만난 민주당의 한 대선예비주자는 “김 대표가 ‘박 부총재를 중심으로 반(反) 이회창 연대를 구성하자’고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권을 포함한 단일후보를 추진하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영남권 독자후보를 낸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대구 전당대회에서 자민련 총재에 복귀하는 JP는 영남권에 대한 영향력 회복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 대구에서의 전당대회개최, 공화당으로의 당론 변경 검토 등은 영남의 고토(古土)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들 세 사람의 움직임이 영남권에 맞춰지고 있다는 것은 이회창 총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 외곽의 움직임이 김대중 대통령이 언급한 ‘문호개방론’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여권의 위기감과 YS, JP, 김윤환 대표 등의 활로 모색이 정치권 전체의 ‘유동성’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