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억원대의 초대형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역이 확정됐다. 시울시합창단원인 윤영석씨(31).
“추석 연휴가 끝난 4일 ‘당신이 유령’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평생 한번 만나기 어려운 역할 아닙니까.”
그가 낙점된 유령 역은 크리스틴, 라울 등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몇 명의 주인공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뛰어난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역의 중요성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 공연 개막이 12월2일로 다가왔지만 정작 유령 역의 캐스팅은 오리무중이었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뮤지컬 배우와 성악가들이 지난 5월부터 실시된 8차례의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모두 떨어졌다”는 소문만 흘러나왔다.
‘오페라의 유령’제작사인 ‘제미로’는 국내 배우 캐스팅을 포기하고 미국 공연에서 유령 역을 맡았던 이안 존 버그를 국내로 불러들여 배역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단역 배우를 뽑기 위한 오디션에서 참가한 윤씨를 전격 캐스팅한 것.
제미로 측은 윤영석씨에 대해 “폭넓은 음역에 바리톤이면서도 밝고 가벼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며 “특히 목소리 변화의 폭이 커 유령 역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윤씨의 꿈이 대중가수였다는 점이다.
“포크그룹 ‘해바라기’가 어릴 적 우상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통기타를 치는 포크 가수가 되는 게 목표였습니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가창력과 연기력이 두루 필요한 오페라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싶습니다.”(윤영석)
그는 추계예술대 성악과 재학 당시인 92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역인 피가로 역으로 출연했고 99년 서울시합창단에 입단해 ‘아리아와 중창의 밤’ ‘가곡과 아리아의 밤’ 등 음악회에 출연했다.
지난해 3월 결혼한 그는 “결혼 여부요?. 당연히 밝혀야죠”라며 “유령 역으로 캐스팅된 것이 결혼 이후 아내에게 준 가장 멋지고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제미로 측은 “6개월 여의 장기공연을 위해 공동제작사인 영국 RUG와의 협의를 통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또 한 명의 유령 역을 곧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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