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1명만 외국인이어도 회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영어를 모르면 직장생활 자체가 어렵다.”
외국계 광고회사와 광고주를 상대하느라 광고업계가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취급고 상위 30위 안에 든 외국계 대행사는 절반이 넘는 16개. 한국 광고단체연합회는 98년 전체의 7.62%를 차지했던 외국계 회사들의 광고비가 지난해 14.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TBWA코리아는 98년 세계 3위의 광고그룹 옴니콤의 계열사가 됐다. 태광멀티애드에서 이름을 바꿈과 동시에 애플컴퓨터, 샘소나이트, 앱솔루트 보드카 등 본사의 고객들을 ‘선물’로 받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보고와 브리핑을 영어로 하는 일이 많아진 것. 직원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상종가를 탔고 ‘어정쩡한’ 영어실력자는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현재 영어학원 수강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합작사를 설립한 웰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회사는 올해 신입사원 중 전세계 퍼블리시스 계열사와의 연락을 담당할 교포직원을 따로 뽑았다. 퍼블리시스의 고객사인 랑콤, 로레알과 관련된 모든 기획서는 영어로 작성한다. 르노삼성 등 외국계 광고주가 70%에 이르는 이 회사는 수시로 찾아오는 외국손님들 때문에 영어 개인교습을 받는 직원이 늘고 있다.
국내업체 리앤파트너스와 미국 DDB가 합작한 리앤디디비는 영어를 못하면 아예 생존이 어렵다. 직원을 대상으로 외국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100% 영어로만 진행된다. 이 회사 김성식 부장은 “회의에 외국인이 참석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영어로 진행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어 열풍’에 대해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웰콤의 신경윤 대리는 “영어를 잘하면 외국 계열사에서 근무할 수도 있어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후반 이상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대 중반의 한 광고회사 직원은 “업무능력보다 영어실력이 더 우선시된다는 불만이 가끔 나온다”며 “이런 분위기에 충격을 받아 해외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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