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도 영화나 TV 등 영상 산업이 있을까?
“먹고살기도 힘든 나라니까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셈. 아프가니스탄에 영상산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탓도 있지만 종교적인 이유가 더 크다. 탈레반은 ‘우상숭배’를 금지하고 있어 상징물이나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카메라 촬영은 물론 사진 찍는 것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아프가니스탄 신문에는 아예 사진이 없을 정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11월6일 개막)에 출품되는 이란 영화 ‘칸다하르’는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아프간 도시인 ‘칸다하르’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 현지에서 100%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이같은 위험과 제약 때문에 아프간에서 촬영한 작품은 세계적으로 거의 드물다. ‘칸다하르’는 올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캐나다에 망명한 아프간 언론인이 고국에 남아있는 여동생의 편지를 받고 몰래 아프간에 잠입해 난민의 참상을 목격하는 내용.
이 영화에는 ‘발목지뢰’로 다리를 잘린 난민들이 다수 등장하나 실제 난민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카메라 앞에 서기를 극구 꺼려해 이들을 설득하는데 아주 고생했다. 뿐만 아니라 온 몸을 천으로 뒤집어쓰고 다니는 아프간 여성이 출연할 경우 감독은 일일이 남편이나 아버지를 찾아가 허락을 받아내야 했다.
아프간을 다룬 영화가 소개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칸다하르’ 외에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이란과 아프간 접경지역에 사는 아프간 난민 소년을 다룬 ‘델바란’ 등 두 편의 아프간 소재 영화가 상영된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