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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취화선' 세트 완공 조선말 종로거리 '짠~'

입력 | 2001-10-11 18:30:00


“200여명이 뚝딱거리며 일하는데 ‘아파트 공사현장’ 같더군요. 인간문화재급 장인들이 나선 것이 일반 공사현장과 다른 점이지요.” (정일성 촬영감독)

“영화를 하면서 이런 행복을 맛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좋은 세트를 만들어 놓고 영화를 찍게 됐으니까요”(임권택 감독)

10일 경기 남양주시 종합촬영소에서 열린 영화 ‘취화선(醉畵仙)’의 오픈 세트 완공식 현장에서 임권택 정일성 두 감독은 무척 감격스런 표정이었다.

이 세트에 들어서면 100여년 전 서울 종로 거리를 만나게 된다. 양반촌과 중인촌, 기생촌이 있고 주막, 전당포, 나물 야채전, 어물전, 옹기전, 목기전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길을 바꾸면 크고 작은 골목이 나온다.

이 오픈 세트에는 한국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11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평당 건축비’만 4000여 만 원이고 소품 구입비를 보태면 총 22억 원에 이른다.

지난 6월 착공해 3개월 여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이 세트의 규모는 2700여 평으로 한옥 기와집 26채, 초가집 35채가 세워졌다.

외양만 그럴듯한 게 아니다. 이 세트는 ‘취화선’ 촬영이 끝난 뒤 종합촬영소 내에 영구 보존될 예정. 그만큼 탄탄하게 지었다는 얘기다. 건축 목재는 진부령 육송을 사용했고 거리에 심어진 소나무는 전남 해남에서 옮겨왔다.

오픈 세트를 제작한 ‘MBC미술센터’의 주병도 미술감독은 “전반적으로 번화하면서도 구한말의 몰락해가는 시대 분위기를 풍기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취화선’이 조선 후기 천재화가 장승업(최민식 분)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소식이 미술계에 알려지면서 화가들도 물심양면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화가인 이종상 서울대박물관장이 이 영화의 미술자문 역을 맡았고 서예가 박원규씨는 옛 편지 등 글씨가 들어가는 소품 250여 점을 제작했다. 화가인 동국대 손연칠 교수는 극중 장승업의 첫 스승인 허빈으로 출연한다.

이날 세트 완공식이 끝나고 제작진들이 허심탄회하게 나눈 얘기들은 이 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 ‘좋은 예감’을 갖게 만든다.

“이 세트가 완공되면서 촬영장소 헌팅을 위해 돌아다니던 고생은 이제 끝입니다.”(정일성 촬영감독)

“세트는 훌륭한데 좋은 ‘놈’이 안나오면 큰일이야. 순수 제작비 60억 원이면 서울에서 200만 명은 들어야 되는데…(웃음)”(제작자인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

“영화는 나와봐야 알아요. 그리고 나도 전에는 흥행감독이었어요.”(임권택 감독)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