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운동화족’이 늘고 있다. 식지 않는 운동화의 인기 덕분이다. 요즘 넥타이를 매고 서류가방을 든 정장차림의 남성이나 청치마나 가죽재킷을 걸친 여성들과 마주친 뒤 시선을 밑으로 내리면 운동화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캐주얼, ‘자유복 근무’ 행태가 정착되어 가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직장인들이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 실내에서는 ‘컴포트 슈즈’(발이 편한 구두)로 갈아신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실내, 실외화를 구분하지 않고 운동화를 신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신소연씨(26)는 “처음에는 뉴요커스타일의 캐주얼 슈즈라는 점이맘에들어운동화를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발이 편해 애용한다. 운동화에 익숙해지면서하이힐을멀리하게됐다”고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제화업체들이 내놓은 컴포트 슈즈계열의 ‘구두형 스니커즈’ 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푸마 휠라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등 운동화전문업체들에서 내놓은 ‘운동화형 스니커즈’가 인기다.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밑창 외에 별도의 쿠션이 있어 착용감이 편한 것들이 많다.
푸마코리아의 고창용 사업본부장은 “스니커즈인 ‘아반티’ 의 경우 판매 4일 만에 2600켤레가 팔려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라며 “10대의 비율이 절대적이었던 예년의 운동화 시장과는 달리 고객의 절반가량이 20, 30대 직장인층인 것이 특색”이라고 말했다.
운동화 매장에도 기존의 농구화 조깅화 축구화 코너 외에 ‘스니커즈’라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직장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스니커즈는 테니스화와 조깅화 코너에 섞여 있었다.
백화점에서는 운동화를 신는 여성직장인들을 겨냥, ‘덧신’이라 불리는 짧은 면양말도 등장했다. 정장구두에는 맨살이나 스타킹이 어울리지만 운동화에는 아무래도 땀 흡수가 되는 면양말이 필요하기 때문. 그러나 면양말이 삐죽 노출되면 스타일리시한 이미지가 반감된다. ‘덧신’은 발바닥은 감싸지만 길이가 복사뼈 1㎝ 밑에 머무르는 데다 색상 역시 살색이 대부분이기때문에양말 착용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남성들에게는 끈이 없는 대신 일명 ‘칙칙이’로 불리는 ‘벨크로’를 덧댄 스타일이 인기다. 외관으로는 구두와의 구별이 힘든 데다 신발의 가로 폭을 조정할 수 있어 착용감이 훨씬 편하기 때문.
패션평론가 김유리씨는 “‘정장에 운동화’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은, 이질적으로 보이는 몇 개의 아이템을 겹쳐 입는 ‘믹스매치’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행을 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잠깐! 신기 전에…▼
출근시 운동화를 신을 때 점검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운동화 디자이너들의 조언을 종합해 본다.
▽‘운동용’이 아님을 명심〓구두의 기능을 하는 캐주얼슈즈이므로 ‘운동용’ 운동화와는 구분해 신어야 하며 깔끔한 이미지 연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운동화는 조금만 이물질이 묻어도 지저분해 보이므로 끈은 잘 조여졌는지, 먼지는 없는지 잘 살펴본다.
▽외근이 많은 날을 노려라〓지하철 버스 택시를 골고루 타야 하는 날 발바닥의 피로를 훨씬 줄여준다. 밑창에 충분한 쿠션이 달려있는지 구입시 살펴본다. 빗길, 빙판길에서는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자〓퇴근 후 헬스클럽, 댄스학원 등에서 과외활동을 할 때에도 다른 신발로 갈아 신을 이유가 없지만 환기를 위해 면양말은 자주 갈아 신는 것이 좋다. 운동화에 땀이 차고 냄새가 배는 과정이 반복되면 쾌적성이 크게 떨어진다.
▽신어야 할 때, 신지 말아야 할 때〓복장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자유로운 발상이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가 있는 날 운동화가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공식석상 혹은 처음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대면하는 자리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