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향이 없어 한 숨 돌렸습니다.”
8일 시작된 9차 서울시 동시분양에 참여했던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 당초 미국의 테러전쟁은 국내외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우려됐다. 이 관계자는 청약접수를 앞둔 매칠간 “밤잠을 설쳤다”고 실토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9차 동시분양의 경우에도 1884가구 모집에 3만9691명이 청약, 평균청약경쟁률이 21.1대 1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동시분양 중에서 최고치다. 지난 달 말 분양된 경기 용인 죽전 신봉 동천 등 3개 택지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도 6240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3만7000여명이 청약했다. 특히 죽전지구의 경우 2830가구 모집에 1∼3순위까지 3만1000여명이 몰려 수도권에서 드물게 11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건설업체들도 앞다퉈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다. 다음 달 초 10차 서울시 동시분양에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3500여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원인은 연초부터 계속돼온 저금리,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경기 부양책, 부동산을 대체할 다른 재테크상품 시장의 부진 등이 꼽힌다. 외환위기 때 주택 공급이 줄어들었던 여파가 지금 나타난 것도 원인이다. 이들 요인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게 있다. 항상 자금 여력을 고려해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초단기 이익을 노린 여유돈 투자자와 부동산업자들이다. 이들은 ‘치고 빠지기 식’ 투자에 능숙하다. 따라서 분위기에 휩쓸려 쫓아다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 예가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올 상반기 최고 인기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이 시장은 지금 죽을 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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