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백하고 고소한 ‘삼다도 특미’
서귀포에 가서 맨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은 옥돔구이 백반이나 옥돔회, 옥돔죽이다. 본토인은 옥돔미역국을 귀한 음식으로 치기도 한다. 이처럼 제주인에게는 옥돔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에 걸맞은 제주의 토산품이다. 농어목 옥돔과로 보통명사를 차용하여 “생선 있습니까요” 하면 이는 옥돔이 있느냐는 뜻이다. 충청도에 무젓(꽃게무침)이 없고, 남도에 홍어가 없고, 제주에 옥돔이 없다면 잔치나 제사, 차례 심지어 일판을 칠 수 없는 것처럼 제주 심방굿에서도 옥돔이 빠지는 경우가 없다.
오토미, 오토미생선, 생선오름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옥두어(玉頭魚), 중국에서는 마두어(馬頭魚), 일본에서는 ‘아까아마다이’라고 부른다. 발그스름한 몸 색깔을 띠고 있기에 옥(玉)자를 앞에 붙여 부르는 이름들이다.
옥돔은 제주 근해에서부터 여천 남면도까지 분포해 있고 이쪽 근해산 옥돔도 제주로 반입해 가공을 거친다. 수명은 8년으로 암컷보다 수컷의 성장이 빠르며 산란기는 9~11월이다. 70~100m 깊이의 바다 속 밑바닥을 기며 작은 새우나 게, 갯지렁이 따위를 잡아먹고 산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가장 맛 좋은 때는 음력 12~3월로, 고소하고 단백질이 풍부해 거덕거덕 말린 생선은 영광굴비 못지않게 값도 비싼 편이다. 철판에 살짝 식용유를 둘러치고 구워낸 옥돔은 아삭아삭 머리부분까지 씹는 맛이 여간 아니다. 이 때문에 서귀포에 가면 며칠씩 단골로 들르는 집이 있는데 ‘서귀포 남궁 서민횟집’(이종준·064-762-7587)이 그 집이다.
“서귀포는 옥돔 최대 산지인데, 10여 척의 배가 출조에 나섭니다. 수온이 높은 8월을 제외하고는 조업이 가능해 갈치잡이 다음으로 수입원이 됩니다. 옥돔 역시 날회로 먹는 것이 최고 맛이지요. 잡은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신선도 또한 ‘당일바리’라야 합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회 살점을 저며 자리물회처럼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쓰지 않아야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대가리를 다져 넣고(어두육미), 뼈도 곱게 다져 넣는 것이 맛을 더한다고 서민횟집 주인은 후렴까지 붙인다. 옥돔구이 정식 또한 구울 때는 앞뒤로 참기름을 발라가며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내야 하는데 굽는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돈단다. 옥돔죽 또한 잘 발라낸 살점을 비린내가 없기에 그대로 죽을 쑤면 된다고 한다. 일단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옥돔미역국을 먹어야 산후조리에 뒤탈이 없다는데 그래서 비실비실한 어멍(어멈)을 보면 “옥돔미역국도 못 얻어먹엉?” 하는 말이 인사말처럼 오간다.
필자도 제주 옥돔맛에 주눅들어 고망쥐처럼 들멍나멍 그 맛을 야금거렸는데 최근에는 옥돔 값이 천정부지로 뛰니 겨우 깅이죽(게죽)으로 입가심하곤 하는 것이 마뜩하지 않을 때가 참 많다. 서귀포에서도 시중에 유통되는 옥돔 절반이 수입산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산 옥돔이 판친다. 이종준 사장 말에 따르면 서귀포수협 바다마트의 김미자 과장(064-733-3506)을 찾든지, 수협 마크를 잘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옥처럼 아름다운 제주의 보통명사 옥돔이 이제 제 철을 맞고 있다. 그러나 제주 ‘바당’도 이제 서서히 바닥이 날 듯하다. 우리 같은 서민의 식탁에서 영광굴비처럼 낯설어질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