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아기를 못 가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 미즈메디병원의 산부인과 입원실. 남편 전생규씨(40·서울 구로구 구로1동)의 부축을 받으며 출산 후 처음으로 아기를 품에 안은 조선미씨(38)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결혼 10년만에 얻은 ‘공주님’이었다. 이 날이 있기까지 조씨는 불임과 난소 질환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이 불임을 의심한 것은 91년말. “결혼 후 1년간 소식이 없자 여러 병원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결과는 둘 다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죠.”
조씨는 5∼6개월간 호르몬 치료 등을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주위의 얘기를 듣고 임신을 촉진시킨다는 각종 한약을 복용하고 식이 요법에도 매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이후 조씨는 도저히 인력으론 안되겠다고 생각돼 한동안 포기한 채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다 올해 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실패하면 상처만 커질 뿐이라며 만류하던 남편도 조씨의 마지막 희망을 꺽을 수 없었다.
3주간의 시술 끝에 수정란이 무사히 자궁에 착상,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조씨와 남편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산넘어 산’이었다. 임신 3개월째 조씨는 갑자기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응급실로 옮겨졌다. 진단 결과 난소가 꼬여 주변의 혈관이 막혔던 것. 방치할 경우 난소 전체를 절제해야 하고 이 경우 태아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내시경으로 꼬인 난소를 풀어주는 수술로 산모와 태아 모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실이죠. 임신 초기에는 복통 등 이상이 생길 경우 빨리 병원을 찾아야한다는 사실도 절감했습니다.”
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임신초기 물혹 '난소꼬임 현상' 발생할수도▼
불임으로 고민하는 많은 부부들에게 시험관 아기 시술은 대표적인 ‘인공 임신법’으로 자리잡았다.
난자와 정자 채취→인공 수정→자궁내 수정란 이식 등 3단계로 진행되는 이 시술의 소요 기간은 3주 내외. 1회 시술시 성공률은 평균 30∼4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궁내 착상이 잘 되지 않는 산모일 경우 성공률은 이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산모에게서 나타나는 잦은 착상 실패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임신 초기(13주)에 드물게 생기는 난소 꼬임 현상은 대개 난소에 생기는 물혹이 주범이다. 물혹으로 커진 난소가 갑자기 한쪽 방향으로 꼬이면서 난소로 가는 혈관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돼 조직이 서서히 죽게 되고 결국 난소를 제거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태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 초기부터 갑자기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자칫 맹장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가급적 빠른 시간내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난소의 상태를 파악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주로 내시경 장비를 이용, 꼬인 난소를 제자리로 돌려놓거나 제거하는 시술을 하는 것이다.
대개 전체 임산부의 5%에서 난소에 물혹이 발견되는데 대개 임신 후반기로 가면서 작아지거나 저절로 사라지므로 무조건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물혹의 크기가 점점 커지거나 이로 인해 난소 꼬임 현상이 발생할 경우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경호(서울 강서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