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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산에 가면 서울 사는 맛 느껴요"

입력 | 2001-10-15 18:21:00

남산 야외식물원


강남(江南)보다 산남(山南)이 훨씬 살기 좋더군요.”

광고홍보회사 BTL에 근무하는 박인숙 실장(31)은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로 집을 옮긴 이래 시간 날 때마다 ‘남산투어’ 나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여유 있는 정취는 물론 들숨 날숨이 훨씬 깊어진다고 자랑이다.

오늘도 딸 백세준양(5)을 앞세워 드라이브에 나섰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바로 하얏트 호텔로 가는 길이 나온다. 호텔 건너에는 야외식물원도 있어 현장학습에 그만이다.

▽남산야외식물원의 가을〓남산야외식물원은 요즘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로에 낙엽마저 떨어져 가을 정취가 물씬하다. 어른들도 이름을 잘 모르는 나무들도 있다. 하지만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이름을 익힐 수 있다.

“이게 달나라에 있다는 계수나무야?”“그렇네, 엄마도 처음 봤어.”

엄마는 금세 ‘문학소녀’로 돌아가 세준이에게 이것저것 일러준다.

“저건 수양버들이야, 춘향이가 저 나무 사이로 그네를 타다 이 도령 눈에 띄었단다. 길쭉한 건 갈대야. 어느 철학자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라고 했대.” “‘물푸레나무’ 라고 씌어있지. 어느 시인은 저렇게 하늘하늘 곱게 생긴 모양을 생각하며 ‘물푸레 같은 여인이여’ 라고 표현했거든.”

세준 엄마는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이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세준이를 보면 ‘환경이 선하면 사람도 선해진다’ 는 말이 실감난다”며 대견해 한다.

연못에는 개구리가 뛰고 있다. 세준이는 “전엔 거북이랑 꿩이랑 다람쥐도 봤다”고 자랑한다.

‘아그배나무’ ‘각시원추리’ ‘첫사랑’ 등의 생소한 나무들을 돌아보고 나면 맨발로 걷는 건강조깅코스가 70m쯤 나있다.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옆 벤치에서 미리 가져 온 책을 읽거나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남산야외식물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의외로 한적하다. 군데군데 있는 화장실도 바닥에 흙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청결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새벽이나 저녁에 한남동 인근에 사는 대기업 회장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산책하러 온다.

▽먹고 보고 즐기고〓공원 주차장을 빠져 나와 하얏트호텔 옆쪽으로 가면 경리단길이 나온다. 파스타 볶음밥 샌드위치 등을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점 ‘비손’, 고기 맛이 빼어난 ‘이태원정육점’ 등 꽤 괜찮은 식당도 있고 ‘휘겔’ 같은 카페도 있어 한 박자 쉬어가기 좋다. 일요일 느지막한 아침에는 하얏트호텔에 들러 ‘브런치메뉴’를 먹는 것도 좋다.

차를 타고 남산길을 따라가면 독일문화원과 용산도서관 남산시립도서관이 차례로 나온다. 박 실장은 세준이와 용산도서관 내 어린이도서관에 들러 동화책이나 잡지를 읽기도 한다. 남산길을 되돌아 국립극장으로 가도 좋다. 세준이가 주차장 옆 광장에서 킥보드를 타며 노는 동안 박 실장은 길다란 ‘파노라마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국립극장 정문 옆에는 남산타워로 연결되는 등산로와 케이블카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등산로에는 밤이면 차를 타고 오는 ‘청춘남녀’들이 몰리고 산책로에는 계절별 풍광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내외와 갤러리현대 박명자대표 부부 등 유명인사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밤 시간이라면 신라호텔 쪽으로 조금 내려가 ‘남산 자동차 극장(클럽 EOE4)’에 들러 영화 한 편을 봐도 된다. 요즘은 ‘킬러들의 수다’가 상영되고 있다.

귀가하는 길에 재래시장인 약수시장에 들러 아줌마들과 가격을 흥정해 가며 반찬거리쇼핑을 하는 게 ‘남산투어’ 의 마지막 코스. 박 실장은 “남산이야말로 ‘서울 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cij1999@donga.com

▼남산 반나절 투어 경비 4만원선▼

‘남산투어’에 드는 비용은 대략 4만원 정도다. 2, 3명이 연인 혹은 가족 단위로 차를 몰고 왔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점심값과 자동차극장 이용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박인숙 실장이 추천한 코스로 투어를 떠날 경우 반나절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장소(가격)

비고

전화(02)

남산야외식물원(1800원)

1시간 주차료(10분 300원)

753-2651

테이크 아웃‘비손’(1만 3500원)

미고랭파스타+치킨샐러드(테이크아웃 가능)

798-4752

국립극장(1600원)

40분 주차비(처음 10분 무료)+자판기 고급 커피 두 잔

2274-1151

용산 도서관(무료)

어린이도서관에 어른도 입장가능

754-2569

남산자동차극장(1만 5000원)

오후 7시30분, 9시30분, 12시 등 하루 세 번 상영

2234-2024

약수동재래시장(7000원)

홍시, 나물반찬 등 기초적인 장보기

 

경비 합계

3만 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