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사이에 연예인들의 평균 키가 훌쩍 높아졌다. 남자는 180㎝, 여자는 170㎝(이하 단위 생략)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밀 형편이다.
10년 전만 해도 남자 배우가 175만 넘어도 큰 편에 속했다. 178인 최민수나 박상원 등은 아주 큰 배우였고 183인 고 임성민은 농구선수 취급을 받았다. 170인 손창민, 홍학표도 작은 키가 핸디캡이 되지는 않았고 174인 최수종이 전형적인 표준 키여서 163인 최진실과 마주 서면 딱 보기 좋았다. 177인 박중훈은 중고교 시절, 나름대로 큰 키여서 교실 뒤쪽에 앉는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영화배우들을 보면 유지태와 차승원이 187이고 정우성은 186이다. 그보다 좀 작다는 신현준과 정준호는 183, 장동건과 배용준은 181이고 김승우와 이정재도 180이다.
연예인들의 키가 이렇게 크다보니 자기 키를 부풀리는 연예인도 많다. 남자 가수 A는 실제 키는 175 정도지만 평소 180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무대 위에서 그를 보면 정말로 그 정도는 돼 보였는데 식당에서 신발을 벗는 것을 보고 키 높이는 구두를 신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배우의 경우도 10년 전만 해도 160대 초반인 최진실과 하희라 등이 표준 키였고 168의 고소영과 김희선은 롱다리 신세대 스타로 꼽혔다. 하지만 어느새 고소영과 김희선의 키가 표준키가 됐다. 170인 김혜수, 이승연 등도 별로 크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얼굴이 작아서 키도 작아 보이는 전지현이나 김민희 등도 키를 재보면 170이 조금 넘는다.
요즘은 173∼174 사이인 최지우, 김선아, 한고은 정도는 돼야 크다는 소리를 듣고, 옛날 같으면 남자 상대역을 구하지 못해 드라마 캐스팅에서 제외됐을 여배우들인 이유진(176), 이선진(178) 등도 이제는 당당하게 배역을 꿰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류진(185), 조인성(183), 김태우(183) 등 드라마 남자 탤런트들도 웬만하면 180을 가볍게 넘기다 보니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들도 예전처럼 촬영 때 일부러 낮은 굽의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작은 키로 인해 오히려 튀는 연기자들도 있다.
박경림은 극히 평범한 얼굴에 160도 안 되는 작은 키지만 타고난 화술과 여성 팬들로부터 동정표를 받아 인기가 올라갔다. 송혜교 역시 신장은 비밀에 속할 정도로 작지만 빼어난 미모와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홍경인, 김인권, 김동현 등 ‘아담 사이즈’의 남자 배우 3인방은 160대의 단신들이지만 타고난 연기력과 개성으로 오히려 키만 크고 연기력 없는 배우들보다 훨씬 더 캐스팅 순위가 앞서고 있다.
168인 하리수는 남자로서는 작은 키지만 여자로서는 표준 키. 어려서부터 연예인을 꿈꿔왔다면 과거의 그(?)의 과감한 결정이 지금 그녀의 성공에 꽤 도움이 된 셈이다.
김영찬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