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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스포츠]'굿모닝 베트남'

입력 | 2001-10-15 18:37:00


축구와 함께 국내 양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 그러나 야구는 세계적 규모의 스포츠는 아니다. 축구는 공 하나를 놓고 이십여 명이 뛰고 달릴 수 있지만 야구는 공, 글러브, 배트, 베이스 등을 갖춰야 한다. 규칙도 복잡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야구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미국을 필두로 일본 쿠바 도미니카 대만 괌 그리고 우리 정도가 ‘제도로서의 야구’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 점에서 미국과 야구의 관계,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나라들과 야구의 관계는 20세기의 역사 속에서 해명될 수 있는 꽤나 복잡한 문제가 되겠는데 이 짧은 지면에 풀 수는 없는 문제이므로 간략한 동기유발만 해보자.

헐리우드의 휴머니스트 배리 래빈슨 감독의 영화 ‘굿모닝 베트남’은 1965년 전쟁이 한창이던 사이공을 배경으로 한다. 따분한 뉴스와 흘러간 옛 노래들로 일관하는 미군 방송국에 DJ 로빈 윌리엄스가 등장한다. 그는 ‘굿모닝 베트남’이라는 인상적인 멘트에 저속한 유머, 성대모사, 금지곡 등을 신나는 틀어댄다. 병사들의 호응은 폭발적. 60년대 미국 본토에서 활발했던 히피문화의 풍자성을 사이공으로 옮겨놓은 배리 래빈슨의 통렬한 우화다.

이 ‘삐딱한’ DJ가 못마땅한 지휘부는 그에게 전출명령을 내린다. 휴머니즘으로 포장된 전쟁 영화가 늘 그렇듯이 로빈 윌리엄스는 베트남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베트콩 전사들과 베트남 양민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미군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쨌거나 사이공을 떠나게 되는 로빈 윌리엄스.

그런데 그가 베트남 양민들에게 남겨준 것이 있다. 바로 야구다. 미군을 경멸하고 따라서 로빈 윌리엄스의 호의도 거절했던 양민들은 그의 ‘진심’을 뒤늦게 알고 그가 가르쳐준 야구를 흉내내며 그와 전송식을 갖는다.

‘착한 엉클 샘’과 순박한 베트남 양민의 야구 놀이가 잠깐 전개된다. 그렇게 야구는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놓인 나라들에 하나둘 퍼져나간 것이 아닐까.

pragu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