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의 현대 선발 마일영은 4회까진 37세 ‘백전노장’ 조계현이었다.
그만큼 마일영은 침착했고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타자와의 수읽기가 프로 2년차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약관의 마일영이 갖출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
그가 스스로를 제어하는 기능을 상실한 것은 5회 터진 7번 홍성흔의 기습적인 솔로홈런 한방. 4-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내준 한점이기 때문에 훌훌 털면 그만. 하지만 4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던진 마일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음타자 8번 이도형에게까지 가운데 안타를 맞으면서 분위기가 묘해지자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4라운드까지 포인트면에서 앞서던 아웃복서가 5라운드에서 인파이터인 상대에게 강력한 어퍼컷에 이어 스트레이트 연타를 얻어맞자 다리가 풀리면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 셈.
얼굴이 달아오른 마일영은 이후 9번 홍원기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연속으로 6개의 볼넷을 던지며 강판을 자초했다. 마일영의 강판은 다음에 등판한 현대 불펜투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고 현대는 5회말 순식간에 5점을 내주며 뼈아픈 역전을 허용했다. ‘경험은 돈주고도 살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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