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붓대를 쥐고 쓰는 악필(握筆)로 서예계에 큰 족적을 남긴 석전 황욱(石田 黃旭·1898∼1993) 선생. 그가 말년에 남긴 대작(大作)만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전시회가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8년만에 열리는 이번 유작전시회에는 가로 5m 세로1.35m 짜리를 비롯한 가로 세로 1∼3m 내외의 대작 30점과 병풍 3점이 선보인다.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거친 듯 하면서도 견고하고 절제된 붓놀림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세때 서당에서 처음 붓을 잡기 시작한 선생은 20대 초에 금강산에 들어가 10여년 동안 서예 공부를 하고 고향인 전북 고창으로 돌아가 서예에 매진했다. 선생은 평생 붓글씨를 썼지만 직업서예가가 아니라 선비처럼 생활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76세때 첫 개인전을 연 뒤부터였다.
선생은 환갑을 지난 뒤 수전증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붓글씨를 쓸 수 없게 되자 악필기법을 개발했다. 이어 86세 돼서는 오른손 악필마저 불가능해지자 왼손 악필법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이번 전시회에 이어 국립전주박물관은 내년에 석전기념관을 개관해 선생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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