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고 있는 양키스의 데렉 지터(왼쪽)와 스코트 브로시우스
테러 사건으로 신음하던 뉴욕 시민들이 잠시 시름을 잊고 모처럼 환호했다.
어수선한 도시 분위기 속에서 덩달아 비틀거리던 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다시 쓰며 벼랑 끝에서 부활했기 때문.
16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월드시리즈 4연패를 노리는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는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데렉 지터를 앞세워 오클랜드를 5-3으로 눌렀다. 홈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뉴욕은 내리 3연승을 달리는 저력을 과시하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 타이틀 방어를 향한 첫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역대 미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5전3선승제의 시리즈 가운데 안방에서 2연패한 팀이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긴 경우는 뉴욕 양키스가 사상 처음이다.
지터는 안타 2개를 보태 통산 87안타로 피트 로즈가 갖고 있던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기록(86개)을 깨뜨렸다.
뉴욕 양키스는 2-2 동점이던 3회 오클랜드의 잇따른 에러 3개에 편승해 역전에 성공한 뒤 4회 상대 실책으로 맞은 1사 2루 상황에서 다시 1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젊은 혈기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오클랜드는 고비에서 쏟아진 실책과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데 따른 한계를 드러내며 다잡은 대어를 놓쳤다.
뉴욕 양키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역시 3승2패로 힘겹게 따돌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툰다. 양팀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은 18일 시애틀의 홈구장인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다.
앞서 시애틀은 홈구장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3-1로 이겨 3승2패를 기록했다.
올 정규시즌에서 116승의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시애틀을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로 이끈 주역은 특급 신인 이치로와 노장 투수 제이미 모이어(38).
이번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하며 타격과 도루왕을 거머쥐었던 이치로는 디비전시리즈 5경기에서 20타수 12안타로 무려 6할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타점에 4득점을 올렸다. 승부가 결정된 이날도 이치로는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모이어의 호투가 빛을 발했다. 2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모이어는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낚으며 3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포스트시즌에서 2승을 홀로 챙겼다. 시애틀의 마무리 사사키는 1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아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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