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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용맹' 김응룡이냐 '뚝심' 김인식이냐

입력 | 2001-10-17 18:36:00


‘용장’ 김응룡 감독(60·삼성)과 ‘덕장’ 김인식 감독(54·두산).

한국 프로야구의 거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두 감독이 20일부터 7전4선승제로 펼쳐지는2001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때로는 ‘형님’ ‘동생’하는 선후배 사이로, 때로는 은근한 라이벌 관계로 각기 독특한 야구스타일을 지향하는 양 감독의 대결은 포스트시즌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생가외(後生可畏)〓‘후진들이 선배들보다 나아서 오히려 두렵게 여겨짐’을 가리키는 말. 김인식 감독은 수많은 전투경험을 가진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이 후배들 가운데 가장 두려워하는 지도자다.

둘의 인연은 60년대 실업야구 한일은행에서 시작됐다. 당시 5년 선배였던 김응룡 감독은 강타자로, 김인식 감독은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둘이 다시 한솥밥을 먹은 것은 86년. 해태(현 기아) 사령탑이었던 김응룡 감독은 동국대 감독을 지낸 김인식 감독을 팀 수석코치로 영입해 89년까지 4년간 호흡을 맞췄다. 이 4년 동안 해태는 한국시리즈를 4연패하며 최전성기를 이뤘다.

하지만 해태 선수들이 뛰어난 선수조련에다 독특한 ‘보스기질’을 지닌 김인식 코치를 따르자 김응룡 감독은 은근한 견제를 시작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김인식 코치는 해태의 둥지를 떠나 신생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온 둘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감독과 투수코치로 다시 호흡을 맞추며 동메달을 일궜다.

▽‘승부사’와 ‘뚝심의 야구’〓두 감독의 카리스마는 독특하면서 상반된다. 김응룡 감독은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이 증명하듯 ‘승부사’기질이 뛰어나고 큰 무대에 강하다. 아직 한국시리즈에서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 철저히 ‘이기는 야구’를 한다. 선수와 점수에 상관없이 보내기 번트를 자주 대는 이유도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김응룡 감독은 “야구는 9회말까지 끝나봐야 승부를 알 수 있다”며 변화무쌍한 야구에선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는 선수단 장악능력도 탁월해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선수들을 휘어잡는다.

김인식 감독은 ‘인내’와 ‘뚝심’의 야구를 펼친다. 한번 선수를 믿으면 끝까지 신뢰를 보내준다. 두산팬들은 특정선수를 고집스럽게 미는 김 감독을 원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1패를 안겨준 선수가 다음 경기에선 2승의 주역으로 탄생하는 걸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김 감독의 야구엔 다양한 작전의 묘미와 화려함이 없는 대신 꾸준함이 있고 드라마틱한 역전승이 있다. 김인식 감독은 “전력이 열세지만 페넌트레이스 때와는 다를 것”이라며 또 한번의 역전승을 꿈꾸고 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