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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설악 십이선녀탕 계곡 단풍 트레킹

입력 | 2001-10-17 18:50:00

내설악 십이선녀탕 계곡


단풍든 설악을 찾자니 고민이 앞선다. 허다한 비경 가운데 어디를 고를지…. 그러다 내린 결론. 내설악의 십이선녀탕 계곡(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1리). 찾는 이 적고 오르기 어렵지 않고 오가기 쉬운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십이선녀탕 계곡은 한계령길과 백담사계곡 가운데 있다. 입구는 46번 국도의 한계령 삼거리에서 8.3㎞ 지점. 삼거리를 지나면 오른편을 유심히 살피자. 표지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 탓이다. 이것도 찾는 이가 적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덕분에 계곡은 온전하다.

숲그늘 짙은 산길을 따르는 트레킹. 전날 폭우탓에 계곡물은 올림픽 카약레이스의 급류처럼 거칠고 빨랐다. 폭우 끝의 계곡이란 흙탕물로 뒤덮이기 마련. 그러나 달랐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했다. 화강암 너럭바위로만 이뤄진 계곡이니 그럴 수밖에.

1, 2탕은 통과, 첫 번째 다리 아래 3탕에는 10분쯤 후 도착했다. 3분쯤 더 오르면 두 번째 다리. 68년 야영 중 급류에 숨진 일곱명 대학생의 명복을 비는 비석이 있다. 입구에서 1㎞쯤 올랐을까. 노란 낙엽지는 졸참나무 숲을 지나 세 번째 다리(5탕) 옆에서 불붙은 듯 빨갛게 단풍든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아직 일러 녹색이 우세한 이 숲에서 홀로 ‘독야적적(赤)’이었다. 내설악 단풍비경, 예서부터 ‘개봉박두’다.

산길로 오르기를 5분, 이번에는 왼편에서 급경사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 보였다. 폭포라 해도 손색없는 물줄기다. 네 번째 다리의 상류에는 수차가 2m쯤 되는 급류가 바위 양편에서 두 갈래로 추락한다. 이후 6탕까지 계곡물은 갈 지(之)자를 반복하는 계곡을 휩쓸면서 다섯 번이나 급격한 추락을 거듭하며 격렬하게 흘렀다. 그 물 모두 폭포라면 폭포라 할 만큼 보기에도 시원한 추락수(墜落水). 어지간하면 몇몇은 이름도 붙었으련만 폭포와 탕이 허다한 탕수골 여기서는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제6탕은 다섯 번째 다리(해발 580m)를 지나 나타났다. 지나친 다섯 탕은 바위 웅덩이였지만 이것만은 응봉폭포의 추락수에 파인 용소(龍沼)라 그 격이 달랐다.

여섯 번째 다리가 놓인 계곡. 휴식하는 트레커들이 반석에 앉아 있다. 억겁 세월에 물길로 연마된 반석은 표면이 보드랍다. 온통 화강암 암반으로 물이 흐르는 계곡. 수백굽이의 물줄기가 바위절벽을 타고 흘러 내리던 북한 묘향산의 풍경에 못지 않은 절경이었다.

일곱 번째 다리. 쓰러진 나무 한 그루가 외나무다리 되어 남은 곳. 두 줄기 폭포에서 추락한 물이 작은 줄기를 보듬어 안고 흘러 내린다. 다시 가파른 산길. 400m를 걸으니 해발 800m 지점에 이르렀다. 산문에서 4.2㎞ 지점이다. 여기서 또 폭포를 만났다. 십이선녀탕 계곡의 수많은 폭포와 탕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곳. 폭포는 무명(無名)이고 용소에만 이름이 붙었다. 복숭아탕(8탕). 용소가 복숭아에서 씨를 빼내고 남은 부분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졌다는데…. 들여다보니 정말 똑같았다.

폭포위 10탕을 찾아 상류로 올랐다. 자그만 탕 주변 너럭바위는 탁족(濯足)하고 도시락 까먹는 트레커 차지다. 땀흘려 오른 비경의 폭포 위에서 먹는 도시락. 꿀맛에 비길까. 흐르는 물에 입대어 계곡물 들이켜니 단풍진 가을 설악을 온통 내 안에 담은 듯 했다. 11, 12탕은 대승령(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설악서북능선의 서쪽끝) 오르는 길에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보인다고 한다.

summer@donga.com

▼식후경/황태로 푸짐한 상차림 용바위 식당▼

동태 명태 물태 춘태 황태 북어…. 이름만 다르지 한 가지다. 꽁꽁 언 동태, 갓잡은 물태, 어쩌다 봄에 잡히는 춘태, 한겨울 덕장의 칼바람 속에서 석달 이상 얾과 녹음을 반복하며 노랗게 익은 황태, 북쪽바다에서 잡히는 북어 등등.

찬바람 불면 진부령 황태덕장도 활기를 띨 터. 황태맛 보자커든 25년째 덕장 아랫동네에서 황태국과 구이를 내는 이 동네 황태식당 1호인 ‘용바위 식당’(인제군 북면 용대3리)을 찾자. “말리는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 덕장마다 천차만별이에요. 바깥어른(안응우)이 우리 덕장에서 직접 말린 것만 쓰지요.”

주인 연영숙씨(48·여)의 말. 주메뉴는 양념 발라 프라이팬에 구운 황태구이와 곰탕처럼 뽀얀 황태국, 오징어젓 등 반찬을 곁들인 황태백반(6000원). 주의할 점 하나. ‘북어국’이라고 불렀다가는 한 소리 듣는다. “북어는 바닷바람에 20일쯤 말린 딱딱한 것이고 황태는 석달 이상을 덕장에서 녹다 얼다를 되풀이한 부드러운 거예요. 맛과 질도 천지차예요.”

46번 국도의 용대교삼거리에서 왼편(진부령쪽)으로 200m만 오르면 있다. 25년간 연중무휴(올 추석에 딱 하루 쉼). 황태택배도 함. 033-462-4079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