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 3회 수상에 올시즌 통산 200승(101패)의 금자탑을 세운 ‘그라운드의 거인’ 랜디 존슨(38·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가을의 전설’이 시작되는 10월만 되면 고개를 떨궜다.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9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 6차전부터 올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서만 7연패. 이는 당연히 메이저리그 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그러나 이런 존슨에게도 할말은 있었다. 7패를 하는 동안 팀 동료들이 뽑아준 점수는 모두 합해야 8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17일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존슨이 7연패의 사슬을 끊는데는 그리 많은 득점이 필요하지 않았다.
1회 2사후 치퍼 존스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뒤 8회 버나드 길키에게 볼넷을 내주기까지 20타자 연속 퍼펙트 행진. 존슨은 9회 2사후 지난해 겨울 한국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에서 방출된 훌리오 프랑코와 치퍼 존스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1, 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브라이언 조던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3안타 완봉승을 따냈다. 포스트시즌 통산 3승7패.
애리조나는 마운드에서 존슨이 철옹성을 구축하는 동안 1회와 5회 안타를 치고 나간 디비전시리즈 3차전 역전 3점홈런의 영웅 크레이그 카운셀을 레지 샌더스와 루이스 곤살레스가 홈으로 불러들여 2-0으로 승리.
반면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던 김병현은 존슨이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바람에 또다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2차전은 18일 오전 9시20분(이하 한국시간) 미구엘 바티스타(애리조나)와 톰 글래빈(애틀랜타)의 선발 맞대결로 열린다. 시애틀(아론 실)과 뉴욕 양키스(앤디 페티트)가 맞붙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은 이보다 앞서 오전 5시20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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