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인가 TV에서 '엄마없는 하늘아래'란 영화를 처음봤다. 어찌나 슬프던지 극중 주인공 형제들보다 더 슬피 운 것 같다. 그후로도 명절이면 종종 방영되곤 했는데, 뻔히 알고있는 내용이면서도 볼때마다 훌쩍거리게 되는건 무슨 조화인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엄마, 홀로 남겨진 아이들에게 닥치는 고난과 이에 굴하지 않고 끈끈한 우애로 극복하는 형제들. 이런 ‘울어라 울어라’하는 영화에는 확실하게 울어줘야 한다며 매번 흐르는 눈물을 정당화하는 수밖에.
처음 '아기와 나'를 접했을 때도 사정없이 울려주는 '엄마없는 하늘아래'같은 작품이겠거니 짐작했다. 11살 꼬마가 엄마를 잃고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동생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라니.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하지만 '아기와 나'는 신파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결코 눈물을 쥐어짜진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물보다는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커다란 눈을 그렁거리는 귀여운 캐릭터들과 일상에서 섬세하게 잡아낸 에피소드들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 요소.
아직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꼬마 진(타쿠야)은 집에서 응석 좀 부려도 별탈없는 나이지만 응석은 커녕 천방지축 땡깡쟁이 신(미노루)이 돌보랴 하루종일 일하는 아빠를 대신해 집안일 하랴 숨돌릴 틈이 없다. “왜 나만…”하는 눈물겨운 신세 한탄이 나올 법도 하건만 혹여 아빠가 걱정할까 동생이 놀랠까 혼자 방에 틀어박혀 흑흑거린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진이의 마음 씀씀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중한 엄마 사진에 신이가 멋모르고 낙서를 해놓자 유아원 발표회에 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가도 몰래 찾아간 발표회에서 풀죽어 있는 동생을 발견하고는 이내 깊은 반성에 빠지는 둘도 없는 천사표다. 혼자서 옷을 입게 된 신이를 바라보며 신이가 자신의 도움 없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해 할 정도로 진이의 동생사랑은 남다르다.
지나치게 해맑고 모범적인 애니메이션이라 비위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아기와 나'같은 작품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켜보는 건 어떨까? 소원해진 동기간의 우애도 반성해보고 말이다. 또하나, 폭력과 섹스가 등장하지 않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없다는 굳은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분들,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으니 걱정마시라!
김미영 / FILM2.0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