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도화동 홀리데이 인 서울 호텔에서는 영화 ‘조폭 마누라’의 전국 관객 350만 명 동원을 기념하는 자축연이 열렸다.
이날 행사의 헤드 테이블에는 이 영화 투자자인 ‘서세원 프로덕션’의 서세원 대표(45·사진)가 흐믓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조폭 마누라’의 제작은 현진영화사가 맡았지만 제작비 34억원은 전액 서세원이 댔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진규 감독을 ‘1등 공신’이라고 소개하며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 받아 조 감독의 아이를 갖고 싶을 정도”라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개봉 전만 해도 “서세원은 그의 감독 데뷔작이자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던 ‘납자루떼’(1986년)의 악몽만 씻어내도 다행일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조폭 마누라’의 성공으로 그는 연예계에서 지난 실패를 딛고 당당하게 일어선 영화기획자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얼마나 벌었나?
“지금대로라면 ‘서세원 프로덕션’에 떨어지는 순수익만 100억 원 정도 될 것 같다.”
-‘조폭 마누라’ 상영을 계기로 ‘한국 영화가 조폭 영화만 만들다가 홍콩 영화처럼 매너리즘에 빠져 결국 제 무덤을 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솔직히 난 지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듣고 싶지 않다. 조폭 영화가 아직 한국 영화의 메인 장르로 정착된 것도 아닌데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미라맥스에서 110만달러를 내고 ‘조폭 마누라’를 리메이크하겠다고 나섰는데….
“16일 생전 처음 서양 여자(미라맥스 관계자)와 일 때문에 악수해 봤다. 아마 할리우드로서는 낯선 이야기란 점이 먹혀든 것 같다. 아울러 일본 측과 상영을 위한 판권 계약을 할 계획인데 ‘친구’(220만 달러)보다 1000달러만 더 달라고 했다.”
-여전히 ‘치고 빠지기’는 연예계 생리다. 번 돈을 계속 영화에 투자할 건가?
“최소한 코스닥에 등록한 뒤 주가 올려서 팔아먹지는 않겠다. 다음달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두 번째 영화를 준비중이다. 이번에는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제작까지 하는데, 액션이 배제된 순수한 코미디라 내가 시나리오에 손을 많이 댔다.”
-제작 과정에서 아내(모델 서정희) 몰래 통장에서 수억 원을 인출했다가 단단히 혼났다고 들었다.
“그 때는 아내가 ‘정말 실망했다’며 내게 매일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큰 소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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