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리게 되어 있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논의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WT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주요 20개국 통상장관 회의가 열려 협상 대상 의제에 대해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되었다.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몇 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가 가져온 엄청난 충격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 뉴라운드도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만큼 국제무역과 각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농업분야 치열한 협상 필요▼
아직 농업 환경 반덤핑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부 개발도상국이 WTO 협정 이행 문제를 협상 출범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번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성사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뉴라운드가 침체된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협상 출범을 위해 며칠 남지 않은 기간중 활발히 막바지 의견 절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의 상당 부분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뉴라운드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뉴라운드가 출범하려면 WTO 회원국들이 우선 각료선언문에 합의해야 한다. 지난달 26일 협상의 의제 및 방향을 개괄적으로 담은 각료선언문 초안이 각국에 배포되었다. 이 초안은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부담되는 측면도 있다. 각국은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하여 앞으로 약 3주일 동안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초안은 어떻게 변형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농업 분야에서의 선언문 초안은 비교적 중립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가 뚜렷이 갈리는 만큼 소위 NTC(non-trade concern·비교역적 관심사항) 국가라고 불리는 한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입국들과 수출국의 모임인 케언스 그룹 및 미국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특히 케언스 그룹은 농산물 무역이 공산품 무역의 자유화 수준에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초안에 더욱 과감한 농산물 무역 개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농산물 수입국들은 농업의 특별한 성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나간 내용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따라서 농업 분야의 각료선언 초안 협상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 다른 수입국들과 협력하여 케언스 그룹 및 미국과 치열한 협상전을 벌여야 한다.
다른 분야에 있어서 각료선언문 초안은 반덤핑 협정의 개정, 공산품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 정부조달의 투명성 협정 제정, 통관절차 간소화 등 한국에 유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반덤핑 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 협상의제에의 포함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의 제정에 대하여는 협상초안에서 투자에 대해 당장 협상을 시작하는 안과 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 작업을 우선 추진하는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최근 싱가포르 통상장관 회의에서 이를 복수 국가간 협정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관련 부처 기민하게 대처해야▼
지금부터 11월초 열리는 도하 각료회의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테러전쟁으로 말미암아 각료회의 개최지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부 논의는 있으나 각료회의가 열려야 한다는 데 대하여는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있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뉴라운드의 출범은 한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정부는 협상의 의제 선정이나 협상 방향을 다소 조정하더라도 뉴라운드 협상을 출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내 관련 부처가 긴밀히 협력하여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료선언문안 협상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국민도 뉴라운드 협상을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철수(세종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