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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말한다]연출가 박근형의 뮤지컬 '럭키 루비'

입력 | 2001-10-18 18:58:00


뮤지컬 ‘럭키 루비’(Lucky Ruby)는 매우 즐거운 작품이다. 풋풋한 젊은 남녀들이 우연히 만나 눈이 맞고 서로 질투하고 해피 엔딩을 맞는다.

이 작품은 1968년 미국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인기 리에 공연됐다. 2년 간 롱런했고 85년 다시 리바이벌되기도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우 지망생 루비가 연극 속의 연극 ‘바다의 귀부인’ 연습이 한창인 극장에 뛰어들면서 시작된다. 루비(황현정)와 콧대높은 인기배우 모나(김영주)를 중심으로 이들의 엇갈리는 사랑과 갈등,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삐걱거리던 공연은 성공리에 막이 오르고 루비와 모나는 각각 자신들의 짝을 만나 웨딩 마치를 울리게 된다. 뮤지컬 배우의 애환과 스타 탄생을 그린 뮤지컬 ‘42번가’와 구성이 흡사하다.

그렇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뻔한 사랑 이야기다. 난 뭔가 심오한 주제를 담기보다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연출했다. 옛날 이야기로만 느껴진다면 그야말로 낭패 아닌가.

연출 포인트는 이번 작품이 200여 석의 소극장에서 공연된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섬세한 표정과 내면이 실린 연기를 주문했다.

배우이자 춤꾼인 주원성이 안무한 탭 댄스를 비롯한 춤은 완성도가 높다. 최정원 전수경 등 선배들에 가려져 있지만 황현정 김영주 이건명 등 뮤지컬 차세대 스타들의 노래 솜씨도 수준급이다.

아마도 위트 넘치는 대사와 젊은이들의 사랑과 꿈을 그린 로맨틱한 해피 엔딩의 이야기에 관객 여러분들도 분명 박수를 보낼 것이다. 5인조 밴드의 생생한 라이브 음악에 저절로 흥이 날 것이다.

박근형(극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