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개막 하루전인 19일 삼성 선수단이 마지막 훈련 중인 대구구장.
운동장 입구에 ‘오늘의 승리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표어가 보였다. 특히 ‘우리’라는 표현에 눈길이 갔다. 프로야구 19년 동안 삼성엔 ‘우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모두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그동안의 ‘모래알’ 삼성을 만들게 된 주 원인. 하지만 올 시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팀워크를 앞세운 조직력의 팀이었다.
그라운드에 들어가자 먼저 눈에 띈 선수는 이승엽. 잘돼 가느냐고 묻자 “그럼요. 올핸 우승해야죠. 더구나 한국시리즈 무대는 처음인걸요”라며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주전포수 진갑용은 걱정거리이던 손가락 부상이 완쾌돼 신이 나 있다. 그동안 결혼식도 못 올리고 가정을 꾸려간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아내에게 하얀 면사포를 씌워주겠단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1차전 두산 선발이 콜이라고 하자 “콜에겐 우리 타자들이 잘 쳤다”며 “특히 두산투수들이 대구구장에 오면 절절 매잖아요?”라며 ‘징크스’를 기대하는 표정.
더그아웃에 기대있던 이선희 투수코치는 요즘 방송에서 아직도 ‘그때 일’을 회상한다며 하소연한다. ‘그때 일’이란 바로 프로원년인 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OB(현 두산)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일. 이 코치는 “19년 전 일인데 사람들은 쉽게 잊어먹지 않나봐요”라며 피식 웃는다.
물끄러미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는 김응룡 감독. 이런저런 얘기를 묻자 언제나 그렇듯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긴장은 무슨 긴장? 평소와 다를 게 있나?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 뭐.”
삼성은 이날 한국시리즈 하루 전인 점을 감안, 투수들은 간단히 몸을 풀게 하고 타자들은 배팅훈련을 하는 정도로 2시간30분의 짧은 훈련을 마쳤다. 이선희 코치와 조범현 배터리코치는 투수들에게 두산 타자들의 장단점을 하얀 보드에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고 투수들은 일일이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시리즈 승률 100%의 명장 김응룡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시리즈 6전 전패팀 삼성. 과연 올해 20년 숙원을 풀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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