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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디지털 상인-4]"인터넷 게시판이 영업맨"…매출 10배로

입력 | 2001-10-22 15:39:00


노영주씨(37)는 매일 아침 설레는 가슴으로 집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글이 올라와 있을까. 어떤 답을 보내주면 사람들이 만족해 하며 우리 가게를 찾을까.

노씨는 타이어 대리점 사장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H타이어 대리점인 미주상사가 그의 삶의 터전. 그에게는 또 다른 사장 자리도 있다. 인터넷 타이어 가게 '택배 타이어(www.taekbaetire.com)' 의 주인인 것이다. 이 택배타이어가 그에게 행복한 아침을 가져다주는 '보물단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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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올해 3월 인터넷 가게를 열었다. 경남 진주에서 대학과 군대를 마치고 90년 상경해 무역상사에서 일하다 93년 타이어 대리점을 시작한지 딱 9년만의 일이다.

"타이어 대리점이라는기 말입니더, 카센터에 물건을 납품하고 외상으로 거래를 티야놓고 월말에 수금하는긴데, 대금정산할 때 깎자카거나 떼묵고 도망가기도 합니더. 수지타산이 이래 안맞다보이 장부상으로는 흑잔데 맨날 고만고만한 기라요."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인터넷 가게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소매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돈벌기' 는 불가능한데 문제는 어떻게 손님을 모으느냐였다.

그의 가게는 애초에 소매로 물건을 팔기가 어려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큰 길가에 위치해야 오가던 손님들이 드나들텐데 골목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도저히 들를 수 없는 곳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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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인터넷을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를 알리기 위해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전단지 뿌리기. 전단지를 본 고객이 전화를 해오면 트럭에 타이어나 휠 등을 싣고 다니며 '출동서비스' 를 했다.

"전단지를 뿌리뿌면 그 효과가 딱 하루나 이틀밖에 안가는 깁니다. 첨에는 전화도 마이 오지만 누가 전단지를 맨날 가꼬 있습니까. 버리는 기라예. 그라모 그 뒤에는 전화가 딱 끈치뿌더라꼬예."

지속적으로 가게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인터넷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석달 가량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그게 쉽지 않자 인터넷 전문가에게 제작을 맡겼다. 비용은 220만원. 이 비용은 한 달만에 바로 메웠다. 평균 300만원이던 한 달 매출이 인터넷을 열자 무려 2500만∼300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매출은 10배 늘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노사장을 포함해 3명이다.

그의 고객은 폭이 넓다. '괜찮다' 는 소문이 나자 서울은 물론이고 수원 평촌 안양 일산 분당 신갈 의정부 등 수도권 소비자들이 줄지어 찾는다. 지방에서는 카센터가 아예 고객이 되기도 했다.

한 번은 춘천에 사는 부부가 스포티지를 몰고 올라왔다. 타이어를 교체하러 왔다길래 "다른 볼일 볼라꼬 오다가 들리셨지예?" 했더니 아니라고 했단다. 도대체 얼마나 싸길래 춘천에서 서울까지 차를 끌고 올까.

특정 회사의 대리점이긴 하지만 그의 가게가 취급하는 물건은 국산에서 수입품까지 다양하다. 그는 국산 타이어는 '거의 공장도 값' 으로, 수입타이어는 '남들보다 이익을 절반만 남기는 값'으로 판다. 평균 마진율은 12∼13%대. 자동차 회사에 납품되는 '기본타이어' 의 경우 현대의 최고급차인 '에쿠스' 도 하나당 8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인터넷 가게만 차린다고 장사가 잘될까. 아니다. 그의 특별한 노하우는 게시판 관리에서 나온다. 게시판에는 보통 하루에 5∼10건의 문의글이 올라온다. 그는 9년 대리점 경험을 동원해 모든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변한다.

"타이어와 브레이크는 쪼매 빠르다 싶을 때 갈아주는게 낫심더. 생명하고 직결되는거 아입니꺼. 보통 4만∼5만㎞에 한 번 갈모, 나는 2만∼3만㎞에 한 번씩 갑니더. 타이어 갈러 함 오시소. 다른데보다 싸게 해드리께."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