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좋으면 다 좋다.”
9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스타 군단’ 뉴욕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은 다름 아닌 무명 스코트 브로시우스였다. 당시 브로시우스는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우승컵을 안기고 개인적으로는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활짝 받기 이전에 그는 80년대 말 마이너리그에서 4년 동안 눈물 젖은 햄버거를 씹었고 91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도 10년 가까이 후보 신세였다.
지난해 국내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 MVP로 뽑힌 현대 퀸란도 브로시우스와 비슷하다. 8번 타자로 정규시즌 타율이 0.236에 그쳤지만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3개와 10타점을 홀로 올리며 영광을 안았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처럼 상대 견제가 적은 ‘숨은 진주’가 영롱한 광채를 발하기 마련. 삼성과 두산의 올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떨까.
20일 대구 1차전에서는 삼성 김태균이 단연 돋보였다. 시즌 초반인 5월 오른쪽 손목을 다친 김태균은 두달여 동안 2군을 맴돌다 1군에 복귀했으나 후배 박정환에게 밀려 주로 더그아웃에 머물 때가 많았다. 그런 그가 1차전에 대수비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4-4 동점이던 8회 결승 타점까지 뽑아냈다.
삼성 김종훈도 정규시즌 내내 주전도, 후보도 아닌 어정쩡한 대접을 받았으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어엿한 베스트 멤버로 제몫을 단단히 해냈다. 주전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나서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이 서전을 장식하는 데 큰 힘이 된 것.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이 0.278로 정규시즌(0.247)보다 훨씬 높은 그를 두고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한해 농사를 가을에만 짓는다”고 말하며 신임할 정도.
두산에서는 홍원기와 안경현이 주목받고 있다. 홍원기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안경현은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예상 밖의 MVP에 오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하위타선인 홍원기와 안경현은 중심타자 못지 않은 불같은 타격으로 삼성 투수진의 경계대상이 된 상황. 스타의 그늘에 가려있다 한풀이라도 하듯 막판에 펄펄 나는 주인공이 누가 될지 지켜보는 일도 한국시리즈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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