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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두메산골 꼬마들 "예민의 '작은 콘서트' 멋져요"

입력 | 2001-10-22 18:53:00


19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아2리 원통초등학교 신덕분교.

깊은 산골의 맑은 햇살이 눈부신 가운데 운동장 옆 작은 호숫가에는 13명의 어린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들 앞에는 가수 예민이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1∼4학년인 어린이들은 먼저 예민과 축구를 하며 서로 마음을 활짝 연 터.

예민은 ‘아에이오우’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등 어린이의 해맑은 순수와 소박한 자연을 노래한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가수.

미국에서 수년간 유학한 뒤에 최근 귀국한 그는 9월말부터 매주 세곳씩 전국 오지나 낙도의 분교를 순회하며 작은 콘서트 ‘어린 꽃나무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갖고 있다. 문화 불모 지대의 어린이들을 찾아가 음악의 달콤함이나 소리의 원리를 전해주고 싶다는 게 그 취지로 ‘신덕분교’는 열네번 째.

예민은 어린이들에게 핸드벨(손에 들고 흔드는 종)을 나눠주고는 자신이 지휘하는 대로 “파리잡듯 종을 흔들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휘에 맞춰 아이들이 종을 울리자, 종소리는 동요 ‘무엇이 똑같은가’로 바뀌어 푸른 가을 하늘을 수놓았다. 아이들은 “음악이 시냇물처럼 졸졸졸 흐르네”라며 깔깔댔다.

다음은 여러 나라의 민속 악기를 연주해 보는 순서.

예민이 ‘기괴한’ 악기들을 내놓자 어느새 가까워진 김진선(2학년) 등 아이들이 매달린다. 악기는 기자도 처음 보는 것들. 작은 원형의 금속 메달을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는 티벳벨, 나무 막대기에 쇠발톱을 여러개 매달아 흔드는 쉐이크, 작은 원형의 기둥 두개를 두드려 내는 우드 블록 등.

아이들이 이런 악기를 하나씩 나눠 갖자 그 자리에서 ‘어린이 세계 민속 악단’이 구성됐다. 1학년인 김영호군은 작은 심벌즈가 신기한 듯 마냥 쳐대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예민은 악기별로 어린이들에게 연주법을 알려주고 연주회를 시작했다. 연주곡은 ‘아에이오우’. 예민의 작은 손짓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은 이날 가장 눈부신 가을 풍경을 자아냈다.

세계 민속음악 콘서트가 아이들의 폭소를 자아내며 끝나갈 무렵, 키가 3m쯤 되는 피에로(김동훈씨)가 등장했다. 피에로는 매달리는 아이들한테 막대 풍선으로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어주고 마술도 보여줬다. 학부형 송정숙씨는 마술의 비결을 알아보려고 피에로의 가방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마지막 이벤트는 전자음악가 모하비(본명 서민규)의 테크노 음악 시연 ‘미래로의 여행’. 컴퓨터와 키보드를 연결시켜 소리를 변조시키는 원리나 작곡 방법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노이즈(잡음) 등 용어가 어려워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똑같은 소리가 컴퓨터에 의해 각기 다른 소리로 바뀌는 현상이 신기한 듯 키보드에 착 달라 붙었고, 신나는 전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분교 음악회’와 기계 음악은 부조화일 수도. 예민은 그러나 “오히려 시골이어서 도회적인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한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신덕분교의 이성욱 교사는 “이곳 아이들은 평소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이런 행사가 교육당국 차원에서 확충되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음악회에 소요되는 경비는 매달 800만∼900만원. 대부분 예민이 자비로 충당하고 방송인 이금희씨 등이 후원금을 보탰다. 동아제과학원에서 상표없는 과자를 협찬한다.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아이들의 순수함와 티없는 미소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이 일에 보람을 느끼지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