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하는 이유는 성공했을 때의 ‘열매’가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따르는 후유증은 성공에 따라오는 성과보다 몇 배나 될 만큼 치명적이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22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상식을 깨뜨리는 승부수를 두 차례나 던졌다.
첫 번째는 1-2로 뒤진 5회 초. 2사 2, 3루의 위기를 맞자 김 감독은 선발 임창용을 과감히 끌어내리고 또 한 명의 선발요원인 배영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배영수는 3차전 선발로 유력했던 투수.
두 번째는 1-4로 뒤지던 삼성이 6회 말 3점을 뽑고 동점을 만든 뒤 맞이한 7회 초였다. 1사 1, 3루가 되자 김 감독은 또 한번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무리 투수 김진웅을 조기 투입한 것. 이 두 차례의 투수 교체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모험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건 두 번의 도박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5회엔 배영수가 2루타를 맞아 2점을 내줬고 7회에도 김진웅이 위기를 막지 못하고 2점을 내줬다. 김진웅은 8회엔 장원진에게 결정적인 3점 홈런까지 맞고 강판됐다.
현재 삼성 마운드는 위기상황이다. 1, 2번 선발요원인 갈베스는 어깨부상, 임창용은 컨디션 조절 실패로 불안하다. 팀 내 투수 가운데 배영수와 김진웅이 구위로 따지면 그나마 좋은 편이라 김 감독이 철석같이 믿었던 투수들이지만 2차전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두 차례의 모험이 모두 실패한 후유증을 과연 ‘승부사’ 김응룡 감독은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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