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사진) 회장에 대해 검찰과 국세청이 내사 중이던 6월 금융감독원도 박 회장 소유의 신안캐피탈㈜에 대해 당초 계획에도 없던 검사를 실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이 주장한 ‘단순 도박사건’이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금감원까지 동원돼 이뤄진 ‘정권 차원의 손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감원이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비은행검사2국은 올해 6월13일부터 20일까지 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신안캐피탈에 대해 ‘자금조달 및 운용과 자기계열 여신의 적정 여부 등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해 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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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분기별로 제출하는 업무보고서 등을 통해 1년 전부터 금감원에 이미 보고한 일을 뒤늦게 문제삼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말만 부문검사였지 종합검사 수준으로 강도가 높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비은행검사2국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소유한 금융회사 중 상시 감시 대상인 신안상호신용금고가 있는데 이를 검사하면서 연계검사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캐피탈사 감독은 금감원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라면서 “정기 계획에 따른 검사를 ‘박 회장 손보기’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보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4분기(4∼6월) 금감원이 계획한 검사 대상 기관은 35개. 이 중 25개 신용협동조합이 종합검사, 5개 종금사와 3개 리스사가 부문검사 대상이었다. 캐피탈 중에는 2개사만 대상에 들어 있었고 신안캐피탈은 당초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한편 한나라당 이 의원은 “올해 초 금감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해온 연계검사를 하반기부터 폐지하는 대신 특이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만 연계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신안상호신용금고 검사 결과 특이한 사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계검사를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업계는 “신안캐피탈 같은 할부금융사를 상대로 금감원이 일정에도 없는 검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