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가 뭘 했다고. 아픈 아이가 있어서 걱정되니까 들여다보고 그런 건데. 들여다보기만 하고 일찍 병원에 안 데려간 게 다 내 잘못이에요.”
서울 이태원 지역의 ‘야쿠르트 아줌마’ 김윤순(金倫順·48)씨는 “한 일도 없는데 상을 타고 기자가 연락을 한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김씨는 24일 제31회 전국야쿠르트대회에서 1만1000명의 야쿠르트아줌마 중 1명을 뽑아 주는 ‘친절 대상’을 받는다.
“구청에서 거택보호 노인에게 야쿠르트를 주거든요. 99년 3월 영석이(당시 7세) 집에 처음 배달을 갔어요. 영석이는 백혈병을 앓는데 부모는 안 계시고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시더군요.”
김씨는 그 날 이후 영석이를 종종 방문해 목욕을 시켜주거나 밥을 지어줬다. 지난해 10월경 영석이 집을 찾은 김씨는 문밖에서 신음소리를 들었다.
“아이가 온 방을 뒹굴며 괴로워하는데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눈물만 흘리고 계시더라고요.”
김씨는 용산구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영석이의 수술비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아이는 이미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악화된 상태였다. 수술시기를 놓친 영석이는 올해 3월 세상을 떠났다.
91년부터 10여년간 야쿠르트를 배달해오면서 회사에서 ‘모범 사원’이란 평가를 받는 김씨는 현재도 혼자 사는 노인(독거노인) 9명에게 야쿠르트를 갖다주며 건강을 돌보고 있다. 영석이를 보살핀 김씨의 선행(善行)은 올해 9월 박장규 용산구청장이 구민체육대회에 김씨를 초청, 소개하면서 주변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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