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한 뒤 일부러 사고를 내거나 사건을 저질러 보험금을 타는 이른바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교통사고를 위장하거나 불을 지르는 등 단순 수법이 보험사기의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은 사기의 액수가 커진 것은 물론 가족과 친척까지 범죄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자신의 신체를 절단하는 등 수법도 한층 잔인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보험사기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잘못 인식되면서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지만 보험범죄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신체절단등 지능화▼
▽치밀해지고 대형화하는 보험범죄〓경기불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강모씨(46·자영업·충북 옥천군)는 98년 9월 자신의 공장에 고의로 불을 낸 뒤 59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내면서 보험사기를 시작했다. 보험금으로 목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안 강씨의 다음 표적은 자신의 부인. 강씨는 부인 명의로 2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99년 5월 교통사고를 위장한 청부살인을 시도했다. 부인이 전치 6주의 부상에 그쳐 미수에 그쳤지만 강씨가 챙긴 돈은 무려 1900만원. 강씨의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부인을 살인하도록 부탁했던 친구와 자신의 내연녀를 위장결혼시킨 뒤 내연녀에게 친구 명의로 5개의 생명보험에 가입시켰다. 이어 99년 11월 충북 옥천군 대청호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위장해 친구를 살해했다. 하지만 위장 교통사고라는 사실이 들통나 강씨는 지난해 4월 구속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교통사고 사망자나 살해당한 사람들 가운데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며 “보험사기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보니 그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강원 춘천시 근교에서 운전을 하고 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숨진 K씨(43)도 사고 직전까지 8개의 보험회사에 24종류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유족들은 보험지급액 사상 최고인 24억여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관련 보험회사 관계자는 “정황상 자살이라는 혐의가 짙은 데도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는 바람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는 조사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국경을 넘어 보험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달 경찰에 구속된 최모씨(39·자영업·강원 춘천시)는 지난해 8월 여행자보험 등 7개 보험에 가입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여행 중 칠면조 요리를 하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이 절단됐다며 3억여원의 보험금을 신청했다. 최씨는 한 달 뒤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신청한 남자가 친구로 밝혀지면서 보험회사의 추적 끝에 자기가 직접 손가락을 절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5000건 넘을듯▼
98년 경찰에 적발된 보험범죄는 2684건이었지만 99년에는 3876건, 2000년 4726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6월말 현재까지 적발된 보험범죄는 2502건. 경찰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5000여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기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연간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이는 대다수 건전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전문인력 부족▼
▽원인과 대책〓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강절도에 비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험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점점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보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보험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보험회사나 경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고조사 민간기관인 한 손해사정주식회사의 관계자는 “보험범죄는 안 들키면 대박이고 들켜도 잡범이라는 인식 때문에 유혹이 많다”며 “범죄가 밝혀지더라도 보험회사에서 보험금만 안주고 고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도 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안병재(安丙載) 보험범죄신고센터 부장은 “보험회사들마다 전직 수사관 등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하거나 전문 조사기관을 만들어 보험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보험회사와 경찰이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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