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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열기구 만들어 타는 허민식씨

입력 | 2001-10-23 18:44:00

21일 경기여주시 둔치에서 두둥실 떠오른 열기구들이 푸른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다.



#자연의 순리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지 않고 자연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

열기구 마니아 허민식씨(33·삼성에버랜드)는 열기구를 이렇게 한마디로 말했다. 바람을 거슬러서는 갈 수 없기 때문.

21일 오전 경기 여주시 여주대교옆 둔치. 새벽부터 잔뜩 낀 안개가 오전 8시나 돼서야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기구에 열을 넣기 시작한 지 30여분이 지나자 기구는 커다란 공으로 변했다.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된 것.

하지만 하늘로 올라간 허씨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열기구를 수직으로 오르고 내리게 하는 것뿐이었다. 나머지는 허씨의 말대로 바람을 빨리 읽고 바람의 방향에 기구를 맡기는 것.

#변화무쌍한 바람

땅과 달리 공중에서 부는 바람은 고도에 따라 방향이 제각각. 따라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래 위를 오가며 원하는 바람을 빨리 찾아내야만 한다. 허씨는 기구에 열을 넣었다 뺐다하며 수직으로 기구를 움직이며 천차만별로 부는 여러 바람속에서 자신의 원하는 바람을 찾아낸다.하지만 허씨와 같이 하늘로 날아오른 기구중 몇 대는 깜박 바람을 놓쳐 버려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다.

#전생이 새(?)

허민식씨가 하늘로 올라가기전 환한 얼굴로 열분사장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

허씨에게 하늘은 끊을 수 없는 운명. 공수부대 장교로 군시절을 보낸 허씨는 1993년 예편후에도 늘 하늘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레포츠가 패러글라이딩.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그래서 새처럼 더 오래 날 수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열기구. 96년 6개월간의 일본 연수기간동안 처음으로 맛 본 열기구 자유비행은 허씨를 열기구로 빠져들게 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허씨는 더 자주 열기구를 타고 싶은 생각에 직접 자신의 열기구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고 99년 6개월만에 열기구를 직접 만들었다.(국내에서 직접 만든 열기구는 허씨의 열기구가 처음)

#부지런함과 인내

열기구 마니아들은 자연스럽게 부지런함과 인내를 배운다. 민감한 바람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기구에 가장 장애가 되는 바람은 지면에서 부는 상승기류. 자칫하면 이륙과 착륙순간 돌풍에 휘말릴 수 있다. 상승기류는 태양에 의해 지면이 뜨꺼워지면 생기는 것. 따라서 상승기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가 뜰 때 쯤 이륙해 지면이 뜨거워지기 전에 착륙해야만 한다. 이 때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연히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인내는? 너무 강한 바람이 불때는 그 바람이 잠잠해지기 까지 기다려야 하고 하늘에서 원하는 바람을 놓치면 다시 원하는 바람을 찾을 때까지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참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안개와 같은 다른 자연현상도 마찬가지. 이날도 허씨는 7시에 이륙하려했으나 안개 때문에 이륙시간을 2시간이나 늦춰야 했다. 하지만 허씨의 얼굴에는 전혀 무료함이나 짜증이 묻어 있지 않았다. 비행을 마친 후 허씨는 “올 해안에 전국의 강주변을 모두 날아보는 것이 목표”라며 “빨리 통일이 돼 넓은 철원평야 위를 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ruchi@donga.com

▼Q&A

Q;열기구로 세계일주가 가능할까.

A;1999년 스위스의 베르트랑 피카르와 영국의 브라이언 존스가 20일간에 걸쳐 무착륙 세계일주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들의 총 비행거리는 4만2810㎞.

Q;국내에 열기구와 동호인 수는.

A;열기구는 50여대가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이벤트 행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호인은 전국에 100여명정도.

Q;열기구를 즐기려면.

A 열기구를 직접 조종하려면 조종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야만 한다. 하지만 조종을 하지않고 열기구를 타는 것은 초보자라도 가능하다. 처음 탈때는 기구에 줄을 매달고 타는 계류비행을 하고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줄없이 자유비행을 즐길 수 있다.초보자는 한국기구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연료비 10여만원을 분담하면 회원소유 기구를 함께 탈 수 있다. 평균 기구 한 대당 4명정도가 탈 수 있다. 한국기구협회 011-323-0656. E-mail: hota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