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홍일(金弘一) 의원 동향보고 문건’ 유출 건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한나라당 간부와 경관에 대해 영장 신청을 기각했는데도 민주당이 곧바로 같은 건을 대검에 고발한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법원은 “이들이 주고받은 문건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정보교환으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도 없다”며 이들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대로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묻을 수는 없다며 대검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만으로는 성에 안 차니 검찰에 다시 맡겨본다는 것인데, 도대체 이번 문건 유출 건이 검찰이 나서 재수사를 해야할 만큼 복잡한 사건이라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우리는 현직 정보과 형사가 문건을 야당에 팩스로 보낸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행위가 긴급 구속을 당할 만큼 위중한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법원이 영장 기각 이유에서 밝혔듯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정보교환’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출된 문건이 공무상 비밀이냐, 아니냐 역시 법원이 명쾌하게 아니라고 적시했다. 그렇다면 이번 문건유출 건은 경찰 내규에 따라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민주당은 마치 엄청난 사건이라도 되듯이 다시 대검에 고발했는데 검찰이 재수사를 한다고 법원의 기각 결정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여권으로서는 현직 경찰관이 야당과 ‘내통’을 한 것에 대해 이럴 수가 있느냐, 분통을 터뜨릴 수는 있겠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마땅할 공무원들이 집권 후반기라고 야당에 줄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통의 내용’으로 볼 때 이번 문건 유출 건을 ‘야당 줄대기’로까지 확대 해석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여권은 ‘이용호 게이트’ 몸통 의혹에 대한 야당의원의 실명 거론 이후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 듯하다. 명예훼손 부분은 이미 검찰에 고소 고발을 했으니 지켜보면 된다. 여권이 할 일은 적극적으로 ‘몸통 의혹’을 밝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은 제쳐놓은 채 곁가지만 놓고 법석을 떨어봐야 특정 인사 때문에 저러나 하는 세간의 공연한 의혹만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