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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문화 메카 발돋움

입력 | 2001-10-23 18:47:00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1일 막을 내렸다. 9일간 168개 행사의 관객 수는 50만명, 전주 시내 객사와 축제 광장은 물론, 주 공연장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는 매일 이른 시각부터 인파가 줄을 이었다. 모처럼 충만한 축제분위기 속에서 지역 주민들은 전주가 예향(藝鄕)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란 세련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악 예술 이전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소리는 우리 나라의 민속 노래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라북도는 수많은 소리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걸출한 소리의 명인들이 전북에서 탄생했고, 이들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귀’들은 명인을 기르는 데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예향에서 마련하는 세계소리축제이니 만큼 전체 프로그램은 한국 음악을 60% 비율로 넉넉하게 담았으며 소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개념은 서양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맥을 같이한다.

바로크 원전연주단체인 ‘콜레기움 무지쿰 텔레만’ 연주회나, 사찰이나 성당 등 각 종교 음악을 태생시킨 고유의 공간에서 열린 ‘제의와 영혼의 소리’는 현대 음악의 원류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 소리축제 프로그램 ‘소리야 놀자’는 어린이들에게 소리의 원리, 기초적인 음원의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내일의 축제 주인공으로 클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주었다. ‘뮌헨 비아노바 합창단’의 공연을 비롯한 해외연주단체의 호연은 세계소리축제의 내실을 입증해 주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국내 유명 연주단체의 공연이 별로 없는 것는 일반 애호가들에게 여전히 아쉬웠고 공연 지연사태 등 행사 진행상의 실수, 외국인과 타 지역의 관객이 적었다는 지적은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이번 축제는 소리문화의 원형과 그 다양성을 통해 전주가 미래의 소리문화의 메카로 자리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

이유(작곡가·전주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