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금융]호리에 제일은행장 전격경질 안팎

입력 | 2001-10-23 18:47:00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의 급작스러운 중도하차는 외국인 주주의 국내 은행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읽게 한다. 5월에도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이 신동혁 행장을 하영구 행장으로 경질한 적이 있다.

제일은행은 호리에 행장 취임 이후 작년에 3064억원, 올 상반기 200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경영성적도 나쁘지만은 않아 경질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 제일은행장 경질…기업 과다대출 문책인듯

호리에 행장의 경질은 세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첫째, 하이닉스반도체 등 일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놓고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과 갈등을 겪어왔다는 점. 호리에 행장이 취임하기 전 제일은행의 하이닉스 여신은 2100억원이었다. 제일은행은 기업여신을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이를 1000억원까지 줄였다가 올 들어 다시 2738억원까지 늘렸다. 또 최근 부도를 낸 흥창에도 신용으로 20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리지캐피털은 9월 중순부터 제일은행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통상 감사단은 법무법인에 맡기는 데 이번에는 회계법인에 맡겨 하이닉스 등에 대한 대출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신담당인 이수호 상무는 그대로 남아있어 과다대출 부분은 하나의 요인이 됐을 뿐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둘째, 경영전반을 둘러싸고 호리에 행장과 뉴브리지캐피털이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이다. 제일은행의 한 임원은 “제일은행이 전력을 기울여 소매금융을 확대해왔으나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았다”며 “주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경영에 대해 간섭을 심하게 해 호리에 행장이 반발해왔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전화회의(콘퍼런스콜)에서도 호리에 행장이 주주들과 이견을 보이다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셋째,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 지분(51%)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 제일은행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행장의 전격 경질이 지분매각과 관련돼 있는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해 해명해 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했다.

제일은행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도 “지금 당장 지분 매각문제가 거론되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호리에 행장을 경질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이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호리에 행장은 갑작스럽게 물러남으로써 412만8775주의 스톡옵션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제일은행 내규에는 스톡옵션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근무한 뒤 3년이 지나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 작년1월에 취임한 호리에 행장은 2개월여가 모자라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이 주당 5079원에서 9834원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제일은행 주가가 1만2500원만 돼도 차익이 100억원이나 된다.

hcs@donga.com

▲로버트 코헨 내정자 프로필

△1948년 12월 튀니지 출생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이공대(공학석사)와 파리 도핀대(재정학 박사) 졸업

△크레디리요네은행 북미 중남미 최고경영자(CEO), 리퍼블릭뉴욕 부회장 등 역임